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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메르스 공포 속 병원 체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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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메르스 대책을 발표한 하루 뒤인 8일 월요일. 기자는 수원 영통의 한 내과를 찾았다.


금요일에 몸살기가 있어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소염제 처방을 받았지만 약도 떨어졌고 추가 치료가 필요했다. 앞선 진료에서 메르스가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오늘 확진자 발생이 발표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만큼 내과에서 정확히 따져 보고도 싶었다. 정부가 하루 전 발표한 확진자나 경유자가 나온 병원을 다녀오지 않았던 만큼 바로 보건소에 신고할 필요는 못 느꼈다. 열도 아주 심하지 않았고 기침이나 가래, 설사 등의 증상도 없었다.

메르스 우려가 있는 지역이지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텅 빈 대기실에 앉아있던 간호사는 귀 체온계를 대보더니 열이 있다며 병원 입구에 붙여 놓은 메르스 콜센터나 보건소 연락처로 전화하라고만 했다.


안내문에 있는 번호로 영통 보건소 담당자를 찾았다. 메르스 확진자가 경유한 수원 성빈센트병원 방문 여부와 증상을 물었다. 그는 이 정도는 메르스가 아니라면서 진료를 받으라고 친절히 말했다. 다시 병원에 들어갔지만 "우리는 진료 못합니다. 방침입니다"라는 싸늘한 반등만 돌아왔다. 다시 보건소에 전화하니 담당자는 놀란 듯 “이는 명백한 진료 거부이며 병원과 통화 하겠다”고 했다. 보건소는 기자에게 친절히 응대했지만 병원 설득엔 실패한 듯 했다. 보건소 담당자는 "원장과 통화 못했다. 죄송하다"고 미안해했다.

다른 병원에 가도 마찬가지 일 듯 해 5분 거리인 주소지의 용인시 기흥구 보건소로 향했다. 오전 진료 시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했다. 보건소에서는 메르스 의심환자 처리 과정을 설명하면서 메르스 의심자라면 이미 연락이 갔을 거라며 안심을 시켜줬다.


일단 진료를 받겠다고 하니 신분증을 요구했다. 아마도 최근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메르스 대상자 조회시스템을 확인하는 듯 했다. 체온을 재더니 정상이란다. 몇 분 전 병원에서도 열이 있다 했는데. 더 정확한 체온계였다.


의사는 이후 메르스 발생 병원 방문 여부 등과 증상에 대해 문진을 하더니 역시 메르스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해 앞서 진료를 본 이비인후과를 가보는 것을 권했다. 보건소에서는 단순 감기약 정도만 처방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옆 준 종합병원 외래 진료 안내도 해줄 수 있다 했다. 이정도면 상당히 안심이 됐다. 혹시라도 증상이 심해지면 바로 전화 달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때는 보건소 직원들이 온다고 했다. 보건소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는 내과와는 달랐다.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한 듯 했다.


기자는 이비인후과를 택했다. 그리고 항생제가 포함된 새 약을 처방받았다. 지난번 약 보다 처방 수위가 높아졌다. 의사는 “메르스는 아니며 발열이 있을시 병세에 따라 약을 처방한다”면서 이 약이 효과가 없으면 다른 검사를 통해 발열 원인을 찾자고 했다.


다행히 약이 제 역할을 했다. 그날 저녁 기자의 체온은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기자에게서 떨어져 있던 아이들도 경계를 풀었다. 아빠와 남편 자격을 다시 찾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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