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은 순수월세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2.4%로 전년 동월(40.0%)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 바야흐로 월세가 전체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시대다. 또 최근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전세 대신 보증부 월세 방식의 임대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월세 시대를 맞아 임대료와 주택 수선비용 등을 둘러싸고 생기는 집주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또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월세 통계를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급변하고 있는 부동산거래시장의 패러다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개분야의 제도개선은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중개보수다. 이미 소비자들도 전세의 절반 수준인 비현실적 월세 중개보수 체계 개편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같은 아파트라도 전세냐 월세냐에 따라 중개보수는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매우 불합리하다. 서울 마포구의 모 아파트 2억9000만원짜리 전세를 중개할 경우 보수(요율 0.3% 적용시)는 87만원이다. 이에 비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00만원인 경우 '보증금+(월세×100)'을 적용하면 중개보수 산출금액은 1억5000만원돼 중개보수는 45만원으로 전세보다 42만원 낮다.
이러한 중개보수의 속사정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이 집주인들과 임차인들에게 전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전세난은 이미 전국적인 현상이기에 공인중개사들이 유도한다고 해서 집주인이 월세를 전세로 내놓을 리 만무하다.
전세에 비해 월세를 중개하는 데 있어 수고가 덜한 것도 아니다. 해당 주택의 유지 및 보수와 월세 체납 여부 등 전세보다 오히려 더 신경 쓸 일이 많다. 집주인과 임차인의 유지ㆍ보수의 책임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재자로 나서는 것도 공인중개사다. 도배장판에서부터 전등 하나까지 그리고 월세 지급 시기나 월세 연체에 따른 문제 해결도 공인중개사의 몫이 되기 일쑤다.
또한 월세에 산다고 해서 전세에 비해 반드시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고 볼 수도 없다. 전세난이 가중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 일시적인 거주이거나 주소를 옮겨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 등 필요에 따라 월세를 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협회는 월세 중개보수의 현실화를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가 금번 부동산중개업 발전ㆍ육성방안 마련에 이를 포함해 본격 검토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난 중개보수 개편에서 부동산중개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세와 월세의 형평성 문제 개선을 위해 월ㆍ전세 전환 배율에 대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덧붙여 월세시대에 대비한 부동산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월세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국토부의 전월세 거래량은 확정일자 신고 등을 통계로 잡는데 시의성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 거주자나 순수월세 거주자의 경우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세 거래량을 확정일자 신고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부동산시세정보의 원천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전국 개업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거래정보망을 통해 계약된 월세정보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해광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