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정부의 정보 차단이 괴담을 낳았고 괴담이 돌면서 불신도 함께 확산됐다. 그러는 사이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퍼져나갔다.
정부가 뒤늦게 7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ㆍ경유한 24개 병원 명단을 발표했지만 이 명단 일부가 오류로 드러났다. 정보를 막고 쉬쉬하다가 여론에 밀려 공표한 명단이 틀린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퍼뜨리지 말아달라는 정부의 당부가 무색해졌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부산에서는 지난 1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산의 A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들어왔다’는 얘기가 돌았다. 또 메르스 환자들이 드나들었다는 전국 병원 이름이 적힌 글이 급속히 퍼졌다. 사실이 아닌 정보로 인해 여러 병원이 피해를 입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SNS를 통해 번진 잘못된 정보로 인해 입원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환자 수가 급감했다며 틀린 이야기를 퍼뜨린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괴담의 원인은 정보를 차단한 정부가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해외 매체들도 한국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 공포감이 번지고 있으며, 박근혜정부는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후생성 관리들을 인용해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한국과 정보 공유 약정이 있는 데도 (한국 정부가) 어떤 병원인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대응이 투명한 정보 공개로 에볼라를 차단한 미국 정부의 대처와 비교됐다. 미국은 처음부터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병원이 스스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을 ‘D병원’이라고 지칭하다가 사람들이 다 알게 된 뒤에야 실명을 밝혔다.
이름을 공개한 미국 병원에 처음 며칠 동안에는 환자 수가 줄었다. 그러나 정보가 투명하게 낱낱이 공유되자 병원의 감염 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와 정부의 방역체계에 대한 믿음이 형성됐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병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다.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은 정부의 정보 독점과 비공개주의로 인해 확산됐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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