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북한이 급변사태로 붕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한 것일까. 이를 놓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임동원씨는 최근 펴낸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현실화가 불투명한 북한 붕괴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건 위험하고 재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1989년 동구권의 붕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에 이은 자연재해, 2008년 가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나돌았을 때 붕괴설로 이어졌지만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반대 주장도 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지난 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통일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015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 발제에서 "현재 북한은 김정은 승계 이후 엘리트권력 집단 간 세력균형과 수령제의 유습, 그리고 특권분배로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체제 안정성 위협 요인의 증대로 돌발사태 가능성이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체제 위협 요인으로 ▲특권 및 이권 분배를 제도적으로 조율할 기제의 미비 ▲지도자의 자질 문제 ▲핵무기 개발정책 및 모험적 군사주의가 초래한 국제적 봉쇄 ▲비사회주의 외래 사조 및 정보 유입 ▲빈번하고 잔혹한 숙청이 초래한 체제 증오 증대 등을 꼽았다. 최근 북한에서 체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늘어나 돌발사태 발발과 이에 따른 무정부 상태가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미 군 당국도 북한의 급변사태 때를 대비한 전시작전 계획으로 작계 5029를 완성해 놨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북한의 안정화작전을 위해 26만~40만명의 군사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특히 군 당국은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사태 이후 북한의 갑작스러운 정권교체와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상황 발생 시 대처 시나리오 등을 집중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계획 5029는 아직 추상적인 '개념계획'이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졌다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작전계획으로 수립하려다 청와대의 반대로 중단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작전계획 수준으로 구체화됐다. 작전계획 5029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유출 ▲북한의 정권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대규모 주민 탈북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등 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