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오늘까지 12일 만에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났다. 중동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14일간의 잠복기를 감안하면 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일부 환자는 상태가 위중해 메르스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 환자가 이처럼 급속히 늘어난 이유는 방역당국, 의료계의 부실 대응과 환자 접촉자들의 무책임 등 총체적이다. 첫 번째 원인은 환자가 나타난 후 격리 치료를 받을 때까지 무려 9일 동안 다른 사람들과 계속 접촉한 데 있다고 한다. 그는 병원 네 곳을 옮겨 다녔는데 세 번째 병원까지는 모두 증상을 일반 감기로 진단했다. 의료진들이 정부에 적극 신고하지 않은 잘못도 더해졌다.
누구보다 보건당국의 책임이 무겁다. 정부는 중동을 다녀온 사람이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메르스를 의심하도록 일선 의사들을 교육하고 대응 매뉴얼을 숙지시켰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발병을 확인한 이후 초기대응에도 실패했다.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이 첫 확진환자와 같은 병실에서 간병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그가 출국하는 것도 방치했다. 의심환자 격리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별도 시설이 아니라 집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보건소 요원이 잠깐씩 방문해 상태를 체크하는 게 전부였다.
그 결과 환자는 늘고 온갖 유언비어와 괴담이 난무하면서 국민불안은 가중됐다. 외국 관광객들은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 '의료 선진국' 한국의 국가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중국과 대만 등에서는 혐한 분위기도 확산됐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어제서야 고위험자를 별도 시설에 격리하는 등의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뒷북 대책이다.
그나마 3차 감염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바이러스 변이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렇지만 메르스 최대 잠복기 2주가 지나는 이번 주 중반이 확산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인 만큼 안심은 금물이다.
3차 감염이 발생하면 통제가 불가능해져 방역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관광객 감소 등으로 내수도 가라앉는 등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의 정확한 감염 경로와 전파 방식을 철저히 파악,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는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국가신인도와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는 만큼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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