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핵심 자본재 수주, 신규 주택판매건수, 소비자 신뢰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진 것이다. 그 영향으로 뉴욕 증권시장의 주가는 하락하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의 후폭풍을 예견케하는 움직임이다. 한국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통화당국의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4월 미국의 신규 주택매매건수는 전월 대비 6.8% 증가한 51만7000건을 기록해 예상치인 5.6% 증가를 웃돌았다. 4월 비방위산업 자본재 수주도 전월 대비 1.0%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경제가 예상대로 계속 개선되면 올해 적당한 시점에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초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신흥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입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뛰어 경제가 몸살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어떤가. 거시건전성이 양호하고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 이상인 만큼 다른 신흥국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금리인상의 쇼크가 없을 것이라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선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라는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빨라졌다.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가계부담이 크게 늘어나 소비부진과 내수침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부실가계 구조조정이 기업 구조조정보다 어렵다"고 우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를 외끌이해온 수출도 원화강세와 엔저쇼크로 올 들어 4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시기가 9월이 유력한 만큼 남은 기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한 번쯤 금리를 내려 대응할 여지를 미리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본유출입에 대비해 금융ㆍ외환시장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에 불러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만반의 채비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를 정부 혼자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계와 금융권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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