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사업본부, 23일 한강 잠수교 통제한 후 지자체 직거래 장터...준비 안 된 행사에 홍보·참여 부족, 손님 거의 없어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다신 안 오고 싶어요. 그냥 지역 축제 가는 게 낫지".
23일 오후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주최로 열린 '한강유역 지자체 합동문화장터'에 참여한 한 지자체 상인의 말이다. 시가 잠수교까지 통제하고 행사를 한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파리만 날렸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찾은 이날 직거래 장터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시 한강사업본부가 한강 유역에 위치한 9개 지자체들의 농가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행사를 기획했지만 찾는 시민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행사는 한강 잠수교의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한 채 열려 서울 시내 교통 흐름에 큰 지장을 초래했지만 '초라한 성과'에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볼멘 목소리만 나왔다.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러 가는 길에 들렀다는 잠수교 인근 주민 황모(70·남)씨는 "바로 잠수교 인근 아파트에 살지만 이 행사를 하는지는 전혀 모르고 왔다"며 "사람이 많이 찾으면 모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도 않는데 시민들에게 통행 불편을 주면서까지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이날 잠수교 위에선 춘천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인제군·가평군·단양군 등 한강 유역 지방에서 초청된 100여개 상점들이 한우 등 지자체 특산물을 들고 나와 커다란 장터가 섰다. 그러나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온 시민들이 그나마 들렀을 뿐이었다. 잠시 지켜보니 손님이 너무 없어 판매자가 장시간 자리를 비운 부스도 있었다.
상인들의 불만도 높았다. 복분자 상품을 판매하던 박재숙(46·여)씨는 "이렇게 손님이 없을 줄 은 몰랐다"며 혀를 찼다. 그는 "부천이고, 고양이고 다른 축제나 장터에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 될 줄은 몰랐다"며 "홍보가 전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상인은 "다시는 올 것 같지 않다"며 "한강 옆 분수만 잘 구경하고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에서 왔다는 상인 이동선(60·남)씨는 "오히려 지방 지역에 가면 홍보를 더 많이 해주고, 이런 직거래 장터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장이 찾아서 홍보도 해주는데 여기는 전혀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행사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원도에서 왔다는 한 상인은 "홍보가 안 된 것도 문제지만, 다리 위에서 하느라 주차장도 멀어 접근성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이 행사 자체가 체계가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우 판매 차량 세 대는 전력 공급 장치가 준비가 안 돼 장사를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한우를 판매하기 위해 이날 오전 내내 대기하다 돌아갔다는 한 상인은 "냉장차량이라 전기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전기가 준비가 안됐다"며 "몇 시간동안 어떻게 할 지 물어보고 기다렸는데 행사 VIP 방문객들만 신경쓰느라 답변이 없다가 VIP들이 돌아가고 나서야 '발전차를 불러주겠다'고 해서 결국 장사는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준비한 시 한강사업본부 측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주요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내고 플래카드 제작을 했다"며 "참가 상인들이 모두 준비해오겠다고, 자리만 준비해주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전기공급시설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빈손으로 돌아가던 한 상인은 기자에게 "앞으로는 주최측이 공문만 내려 보내는 대신 상인들과 전화통화라도 한 번씩 직접 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지자체 상인들을 모아서 한 곳에서 행사를 여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전시행정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