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재심거부 논란, 기존 판례 변경…"재심사유 있다면 유무죄 판단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유죄가 확정된 이후 '특별사면'을 통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됐더라도 법적으로 재심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권순일)는 21일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살았던 손영길 전 준장이 제기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73년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뒤 쿠데타 음모설에 휘말렸다. 윤 전 사령관과 그를 따르던 장교들이 처벌된 사건이 이른바 '윤필용 사건'이다.
손 전 준장도 이 사건에 연루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1973년 8월 군에서도 제적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손 전 준장은 1980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특별사면을 받은 사람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때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쟁점이다.
손 전 준장은 2011년 서울고법에서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특별사면을 받아도 유죄의 판단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유죄판결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유죄의 확정판결도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유죄의 확정판결’로서 재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 의미와 관련해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을 받은 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재심청구를 할 수 있고, 나아가 재심심판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으로서는 특별사면이 있음을 들어 면소판결을 할 것이 아니라 실체에 관한 유·무죄 판단을 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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