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고자산 1조1739억원…총자산의 91.2% 차지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셀트리온의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는 쌓이는 반면 현금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개발·생산한 제품의 유통 및 판매를 맡고 있는 회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1조1739억원으로 전년보다 26.0% 증가했다. 이 회사는 재고자산이 총자산의 91.2%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재고자산회전율(매출/평균 재고자산)은 0.16으로 1회 미만이었다. 이는 재고자산이 매출채권으로 전환되려면 평균 2301일, 6년이 넘게 걸린다는 의미다. 매출채권으로 전환되는 기간이 이 정도고 실제 매출로 이어지려면 6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매출 물량의 대부분을 받아주는 회사다. 셀트리온의 올 1분기 매출 976억원 중 84%인 817억원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한 매출 비중이 86%에 달했다.
두 회사는 계열사긴 하지만 서로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연결 대상이 아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분 53.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셀트리온의 최대주주는 지분 20.08%를 보유한 셀트리온홀딩스인데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86%를 서 회장이 갖고 있다. 사실상 같은 지배주주를 두고 있는 셈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수관계자와 매입거래를 통해 재고자산을 한쪽에 몰아줘 주요 계열사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를 좋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연결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FRS에서는 연결 대상을 지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지분이 50%가 안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관계에 있으면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어 연결 대상이 아닌 상황이다. 두 회사를 연결한다고 가정할 경우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제품을 판매해 일어난 매출이 상쇄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매입채무회전율도 0.51로 낮다. 매입채무를 갚는 데 평균 721일, 2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7개 글로벌 제약사들과 유통 판권 계약을 맺고 있다"며 "시장이 본격화된 다음에는 생산량에 한계가 올 수 있어 9~12개월치 물량을 미리 준비해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관계자인 원에쿼티파트너스(OEP, JP모건 계열 사모펀드)와 아이온인베스트먼트(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 자회사) 등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특수관계자로부터 차입 및 대여한 규모만 지난해 말 1901억원에 달했다. 2013년에는 서 회장으로부터 544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9억원에 불과하다. 전년 말 대비 89.0% 줄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램시마(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품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내 매출이 많지는 않다. 램시마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이 올 1분기에 거둔 램시마 매출은 20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76억원어치를 팔았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이 48.19%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연결 대상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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