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30대 중반의 김효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 강서지역 전셋집에 산다.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4살인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정적 주거지를 마련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1년 후에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데 벌써부터 전셋값 인상 걱정에 시달린다.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전셋값 급등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와 최근 집값 상승세의 지속 여부다.
김 애널리스트는 개인적 고민을 직업적 전문성을 발휘해 풀어보기로 했다. 자신 뿐 아니라 수많은 전세 거주자와 투자자들의 고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일 김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부동산 보고서를 보면 “(보고서에는) 개인적인 궁금증이 가득 들어있다”고 밝혔다. 전세 급등 현상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강남 지역 재건축으로 인해 전세 물건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월세로의 이동도 빠르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뿐 아니라 집값도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판단의 핵심은 ‘공급’에서 찾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통화 정책을 비롯한 부동산 활성화 기조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며 단기간 금리 급등 가능성은 낮다”면서 “부동산의 단기 사이클은 시작도 끝도 공급이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최근 5년만에 45%나 오른 대구 지역 집값은 수요 확대가 아닌 공급 부족이었고, 세종시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만 1만명 가량 인구가 유입됐지만 2013년 3월 이후 집값 상승률은 3.3%에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
서울 지역의 경우 2012년 이후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위축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장기 평균의 5분의1, 특히 강남 지역은 6분의1 수준에 그쳤다. 김 애널리스트는 “공급이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만큼 주택 인허가 물량은 부동산 가격에 2년가량 선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지금까지 인허가 물량 추이를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최소 2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2년 26만9290가구에서 2013년 19만2610가구로 급감했으며 지난해 24만1889가구에 그쳤다. 서울 지역의 경우 2011년 8만8060가구에서 2012년 8만6123가구, 2013년 7만7621가구, 지난해 6만5249가구로 매년 눈에 크게 줄어든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년 후 집값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해 수도권 분양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56% 늘어난 13만2500가구이며 강남의 경우 2017년부터 급격히 공급 우위로 돌아선다”면서 “통상 주택 구매 연령은 35~54세로 분류되는데 44세까지의 고용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인구 전망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요 압력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의 결론은 “집을 사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향후 2년간은 집값이 오를 것이며 이후에 조정을 겪겠지만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집값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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