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원리금 연체…최대주주 포스코·채권단 모두 외면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경영난 악화로 대출 원리금이 연체된 포스코플랜텍이 모기업인 포스코와 채권단 모두 외면하면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총 2429억원 규모의 장·단기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559억원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다.
일반대출이 225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외에 시설자금대출과 유전스(기한부 어음) 등이 포함돼 있다. 차입금 외에 1000억원 규모 회사채도 발행한 상태다.
대규모 손실로 자금난에 빠진 포스코플랜텍은 이미 은행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일 외환은행의 무역어음대출 원리금 445억원을 연체한 데 이어 사흘 뒤인 7일에는 하나은행 대출 15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포스코플랜텍 지분 60.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말 29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코플랜텍에 자금을 지원한 만큼 더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에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방안을 타진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꼬리 자르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하게 맞서고 있다. 포스코를 믿고 자금을 지원한 만큼 포스코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정제 플랜트 및 산업설비 엔지니어링 회사인 포스코플랜텍은 건설·중공업 등 관련 산업의 업황 악화 및 해외 프로젝트 손실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27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3년 995억원 적자에서 손실 규모가 급증했다. 포스코플랜텍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주가는 올 들어 36.9% 빠졌다. 특히 지난달 말 전 최대주주인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울산공장 생산설비 축소 검토 및 대출 원리금 연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신용등급도 투기등급인 CCC로 수직 하강했다. 그마저도 하향 검토 대상이어서 언제 또다시 등급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7일에는 검찰로부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전 최대주주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세화엠피를 통해 갖고 있던 포스코플랜텍 지분 267만6352주가 반대매매로 매각되기도 했다. 세화엠피가 과거 현대증권으로부터 받았던 담보대출의 만기가 도래했으나 세화엠피가 이를 연장하거나 상환하지 않아 현대증권이 반대매매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는 2010년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2013년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채권단 양측이 서로 물러서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나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