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요즘 시장금리가 좀 오르면서 고정금리도 좀 올랐어요.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도 있어요."
최근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고 온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분명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데, 왜 올랐다는 걸까? 시장금리, 고정금리, 기준금리는 또 어떻게 다른 거야?"
금리는 돈의 사용료로, 이자와 같은 말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은행의 예금ㆍ대출 금리는 물론 아파트 분양가격, 소비자 물가, 기업의 순이익,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시장금리가 결정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할 경우 투자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셈이죠. 재테크의 기본이 바로 금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금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기준금리입니다. 이는 금융정책 당국이 시장금리 변동을 유도하기 위해 결정하는 정책금리죠.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달 1번씩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어 결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불황일 땐 기준금리를 떨어뜨려 시장금리의 하락을 유도하고 경기가 과열되면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금리의 상승을 꾀하는 식이에요. 5월 회의는 오는 15일 오전 9시에 열립니다.
이날 한은이 통화정책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금융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 대출금리가 따라서 떨어지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가계와 기업이 늘어난 자금을 활용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면 총수요가 커지고 생산이 확대돼 경기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죠 .
하지만 기준금리의 조정이 이런 흐름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금리가 시장금리나 물가 생산 소비 투자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금융과 경제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한은이 지속된 경기불황에 작년 하반기 후 기준금리를 3번 낮췄지만 경기 부양 효과는 기대를 밑돌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1.75%로,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저금리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 수출입, 물가 등은 여전히 부진합니다. 3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6%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줄었습니다. 4월 수출과 수입 역시 작년 같은 달보다 8.1%, 17.8%씩 감소한 상태고요. 매달 금통위 회의 전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도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예상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는 15일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 미약하나마 동결 쪽에 무게가 좀 더 실리고 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 등 정책 당국의 수장들이 최근 잇따라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는 점에서,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내기 보다는 지켜보는 쪽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부진한 경기를 살리려면 또다시 기준금리를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하 쪽으로 전망하는 분석가들의 주장입니다.
기준금리는 우리 일상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당장 금통위의 5월 회의 결정 결과에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5월 금통위 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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