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원전 폐로·신규 발전소 연기 주장 고개 들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올여름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 전력설비 과잉투자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의미하는 높은 전력 예비율은 오히려 노후 원전 폐로나 신규 발전소 운전 연기 주장에 근거로 활용되는 지경이다.
6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전력수급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일간 평균 전력 예비율은 28.6%에 달한다. 휴일이던 5일에도 최대전력은 5517만㎾였지만 공급능력은 7885만㎾로 예비율은 42.9%에 달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이달 평균 예비율도 평균 42.2%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평균 예비율이 19.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력공급은 두 배 이상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전력 공급 과잉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전력예비율이 30~50% 수준에 달해 사실상 민간 발전소를 가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운영 중인 LNG 발전기의 가동률은 지난해 50%로 떨어졌고 올해 4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6월 2차 계속운전 신청을 앞두고 있는 고리 1호기를 폐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상업운전을 앞둔 신규 발전소도 부담이다. 당진화력 9·10호기, 삼척화력 1·2호기, 신보령화력 1·2호기 등은 내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원전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 등도 시운전과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작년에 수립됐어야 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높은 예비율을 믿고 원전을 줄이거나 발전소 운영을 늦췄다가 자칫 전력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공급예비율이 높다고 해서 중장기 계획을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최소예비율 15%에 수요예측 불확실성 7%를 고려해 예비율 목표를 22%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력 수요 예측능력을 정부는 2012년 기준으로 3차와 4차 계획 예측수요는 연간 6만7120㎿, 7만2958㎿였지만 실적수요는 7만4291㎿로 각각 7171㎿, 1333㎿의 오차가 발생한 바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