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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끝내 '과거사 사죄' 외면한 아베

시계아이콘01분 04초 소요

일본 총리의 입에서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어제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일본 총리 최초의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받은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위안부나 성노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날 의회에 방청객으로 초청돼 아베의 연설을 직접 들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결국 일본 총리의 사과를 듣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처럼 주변국들이 입은 식민지 침략 피해에 대한 사죄에는 인색하면서도 태평양전쟁으로 희생된 미국인들에는 극진한 용어를 써 가며 반성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웃들의 고통에는 눈 감고 미국에는 구애를 하는 듯했다. 마치 19세기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탈아입구(脫亞入歐)'를 100여년이 지나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이 같은 행태를 아베는 실리적인 외교전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극히 천박한 역사인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얄팍한 인식과 태도로는 그 자신이 말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금까지의 이상으로 책임을 다하는 일본"이 결코 될 수 없다.

아베는 "돌이켜보면 일본이 과거 옳은 결정을 한 것이 항상 나를 기쁘게 한다"고까지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같은 그릇된 자신감을 미국이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은 최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퇴행적 노선을 묵인하는 것을 넘어 지지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이번 아베 방문 기간 중에도 미국 정부 인사들에게서 "아시아 국가들이 건설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역사는 역사가 되게 할수록 이 지역이 더 잘 협력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식의 말들이 나왔다. 더는 과거사를 가지고 시비를 걸지 말라는 말로 읽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에게 일본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입을 지지한다고까지 했다.

이런 현실에서 더욱 걱정되는 건 우리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그제 "한미동맹이 역대 최상의 상태에 있으며 미ㆍ일동맹 때문에 약화하거나 주변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엄중히 짚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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