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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엔저 쇼크와 한은 총재의 낙관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원ㆍ엔 재정환율이 어제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원ㆍ엔 환율 900원 선이 무너진 것은 2008년 2월29일 이후 7년2개월 만이다. 1990년대 외환위기 전과 2007년 금융위기 이전 엔저 쇼크로 우리 경제가 수출 타격, 내수부진, 경기침체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큰 손상을 입은 전례가 떠오른다. 원ㆍ엔 환율의 향후 추이에 따라 성장률이 2%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기업이 비상한 경계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문제는 엔저의 빠른 속도다. 지난해 4월25일부터 어제까지 1년 사이에 엔화 가치는 11% 이상 하락했다. 그만큼 원화가치가 올라가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한일 양국의 수출구성품의 50% 정도가 중복되는 상황에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간판기업 현대기아차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4%, 21.5% 감소한 것도 이런 사정과 맥이 닿아 있다. 이는 비단 현대기아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원ㆍ엔 환율이 올해 연평균 9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10% 하락한다면 수출액은 평균 4.6%, 수출 기업의 영업이익은 3.7%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저는 올해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할 때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는 현재의 통화 완화 정책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뜻이다. 엔저에 힘입어 일본기업들의 경쟁력도 살아나고 있다. 엔저를 활용해 자본을 축적한 기업들이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나선 결과다. 우리 수출기업과 내년에도 악전고투를 해야 할 판국이다.


그렇다면 원화 강세, 엔저가 상당 기간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부진한 경제의 타개책을 세우는 게 당연하다. 추가적 금리인하와 자금공급 확대, 환율에 대한 대응 등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올해 2%대 성장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어제 나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낙관론은 걱정스럽다. 이 총재는 소비심리 개선, 주택시장과 주식시장 호조 등을 근거로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글로벌 경제환경이나 실물경제의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냉정한 판단과 대처로 실기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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