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커진 엔저괴물에 수출기업 잡아먹힐판
-원엔환율 900원선이면 연평균 총수출 4~8% 줄어
-장기화땐 경제성장률도 2%대 하락 위험
-기계류.문화콘텐츠.석유화학 등 직격탄
-당장 큰영향 없는 내수기업도 환율흐름 주시
[아시아경제 산업부종합]원ㆍ엔 환율이 7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찍은 것은 일본이 양적완화를 강화한 것이 1차적 요인이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 행진 지속과 외국인의 뭉칫돈 유입으로 국내에 달러가 넘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엔저가 단기적 현상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엔저 가속화는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안 그래도 부진한 수출 전선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후 2012년 말부터 이어진 엔저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런 큰 흐름은 일본이 양적완화를 강화하고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인상을 저울질하기 시작한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원ㆍ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를 맞바꾸는 외환시장이 없으므로 각각의 달러 대비 환율을 기준으로 간접 산출하는 재정환율이 적용된다.
최근에 가팔라진 엔화 값 하락세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지고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액이 불어난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엔화 약세(엔저) 현상이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의나 국내 정책의 향배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엔저가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심화하고 있는 엔저 현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저는 기본적으로 한국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원화 값이 올라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원ㆍ엔 환율이 900원대로 하락하면 연평균 총수출은 4~8% 줄고 수출기업의 영업익은 3% 이상 감소한다. 엔저로 현재보다 수출이 악화되면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락하게 된다.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과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수출경합도란 양국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출경합도가 0.5이면 양국 수출품 구성이 50% 유사하다는 뜻이다. 한일 수출경합도는 2008년 0.446, 2013년 0.501 등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 조사에서도 수출기업들은 일본과 수출경합이 높은 기계류(8.7% 감소)와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문화콘텐츠(6.7% 감소), 석유화학(6.3% 감소), 선박(4.7% 감소)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LCD, 석유, 선박, 자동차 등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부품소재 등의 대일본 수출기업들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평균 900원대까지 떨어지면 연평균 총수출이 8.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본과 우리 기업의 수출경합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수기업들도 당장에 큰 영향을 예상하지는 않으면서도 원ㆍ엔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본인 매출 구성비가 외국인의 2~4% 밖에 안되고 외국인 매출 90%가 중국에 의해 이뤄진다"며 "중국인 관광객 변동에 따른 영향은 있을 수 있어도 일본관광객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본 관광객 비중이 낮고 일본 브랜드도 거래할 때 엔화가 아닌 달러로 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매출에 끼치는 영향이 많은 화장품업계는 관광객 감소에 따른 판매량 감소 차원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지 오래된 데다 그 부분을 중국인들이 충분히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거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고 있는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선 수출 기업 입장에서 아무래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고 그 여파로 결국 내수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한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어 걱정"이라며 "그 손해를 내수시장에서 만회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백화점 등 일부 일본 고가제품이나 수입차 등을 사려는 수요가 늘 수도 있지만 요즘은 지갑을 잘 열지 않고 있고, 일부 제품에 국한될 것이라 전체 내수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종합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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