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한국 정부가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꾸준히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1일 보도했다.
1월 말 이후 꾸준히 떨어지던 원화 가치는 지난달 들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달러당 1131.68원을 찍었던 원화 가치는 이날 1083.20원까지 올랐다. 상승률로 따지면 4%가 넘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각국간 물가 변동을 감안한 원화의 지난달 실질실효환율은 113.46로 7년내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기준년인 2010년(100) 대비 원화 가치가 13.46% 절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89억9200만달러(약 9조7383억원)로 월간 최대 기록을 경신하면서 원화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에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최근 국내 증시에 꾸준히 해외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한데 이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자금 유입세는 더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데다 중국과 일본, 유럽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자국 통화 절하를 유도하고 있는 것도 원화 상승 압력의 배경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한국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이 시중 달러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최근 절하 속도가 빠른 엔, 유로에 대한 원화 가치 상승을 막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들어 원화는 유로 대비 3.65% 올랐고 엔화 대비로는 7.93% 뛰었다.
원화와 달리 지난달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0.57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69.2를 기록하면서 BIS에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로 내려갔다. 원·엔 환율에 비해 두 통화간 실질실효환율 격차가 더 큰 것은 그만큼 일본 기업들에 대한 한국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 절상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이런 추세를 늦출 방안은 마땅치 않다. 기준금리를 내린지 한 달밖에 안된 만큼 한국은행이 단기간에 추가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최근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통해 원화 가치가 여전히 저평가 돼 있으며 만큼 한국 정부가 환시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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