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과 달리 우리 주거용 임대차계약은 월차임 없는 순수 임대차(전세)보증금 형태로 오랫동안 시장이 형성돼 왔는데 최근 들어 월차임이 가미된 임대차계약형태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월세가구 중 월세가구 비중이 55%에 달하고 있어 지금까지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내용을 보면 보증부 월세를 포함한 전국 전월세 거주 가구 중 월세 비중은 55%로 2년 전보다 4.5%포인트 올랐다.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6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인데 그만큼의 전세가구가 월세로 전환됐다는 의미가 된다. 이처럼 월세가구의 증가 속도 역시 매우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을 소유한 비율을 나타내는 자가보유율도 2006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하락 추세다. 특히 집값이 높은 수도권 지역에서, 소득 계층별로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자가보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거래가격의 상승 영향으로 매매가격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의 임대차보증금만으로 임대하는 소위 순수 전세계약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참 특이한 한국적인 관행이었는데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대세임에는 틀림 없다.
이와 같은 월세화 추세에 따라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동산중개업계의 위기현상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에어비앤비(Airbnb)로 대표되는 바와 같이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른 공인중개사 없는 당사자끼리의 부동산거래, 소위 '부동산직거래'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임대차보증금 비중이 적고 월차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현상은 거래에 따른 위험부담 감소로 인해 공인중개사와 같은 전문가 의존도를 더욱 낮추게 할 가능성이 크다. 임대차보증금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계약을 할 때는 다소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공인중개사와 같은 전문가를 통해 계약 안전성에 대해 검증받을 필요성이 크지만 보증금 비중이 낮아지면 그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때문이다.
인터넷 정보검색으로 직접 임대차할 부동산을 검색한 후 법률적인 위험과 같은 정도에 대해서만 관련 전문가 등을 통해 간단히 자문받는 식의 거래 트렌드도 상당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를 직거래하는 다양한 채널이 등장해 성업 중이고 수천 곳의 중개업소를 회원사로 둔 부동산중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소위 중개업소의 프랜차이즈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중개업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보다 질 높은 서비스 개발 등 부동산중개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값 중개수수료의 필요성을 갈망하는 것도 보수에 걸맞는 서비스 수준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차보증금 비중이 적어지면 차임연체에 따른 손쉬운 명도(인도)의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명도 과정에서 최대한 분쟁을 줄이는 차원에서 원상회복 등과 같은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들이 임대차계약서에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진 외국에서 수개월 치 차임 정도의 적은 보증금을 담보로 하고 임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경우에도 차임 연체 시에 손쉬운 인도를 위해 법원 제소전 화해제도를 이용하는 경향이 과거에 비해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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