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동남아에 주목하라

시계아이콘01분 52초 소요

[뷰앤비전]동남아에 주목하라 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 교수
AD

명나라 영락제가 통치하던 1405년 7월11일 127m 크기의 62개의 대함선과 190척의 호위함 등 총 317척에, 승선 인원 총 2만78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원정대가 수도 난징 인근의 쑤저우 항에서 출발했다. 정화(鄭和)의 대원정 제1차 항해의 출발이었다.


정화의 대원정은 이후 1433년까지 총 7차에 걸쳐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실론섬, 인도, 페르시아, 소말리아, 케냐까지 명나라의 깃발을 단 거대한 보물선이 오고 갔다. 배 이름은 보물선(삼보선)이라고 명명했으나 물물교역 목적보다는 선린우호 외교가 목적이었다. 원정대는 현지국가에 금, 은, 도자기, 비단 등 중국의 문물을 선물하고 기린, 낙타, 타조 등을 받았다.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90여년 전의 일이다. 콜럼버스 일행은 3척의 범선에 총 인원이 120명이었던 반면 정화 원정대의 배는 콜럼버스의 캐러벨선보다 무려 30배가 컸고, 10개의 돛으로 순항했다.


그러나 정화 함대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영락제에 이어 즉위한 홍희제는 해금(海禁) 정책을 펴 대외교역을 금지함으로써 모든 성과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반면 서양은 아시아로 가는 새로운 길인 신대륙을 발견했다. 결국 세계 역사의 주도권은 서양으로 넘어갔다. 만약 정화가 개척한 아프리카까지의 항로와 항구를 통한 교역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 이후 서양이 주도한 세계의 역사는 지금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로부터 610년 뒤 지난 3월28일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하이난 섬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아시아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겠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개념을 제시했다. 일대일로란 중국 시안에서 유럽까지의 실크로드와, 중국에서 동남아를 거쳐 케냐까지 이어진 정화의 원정길을 중심으로 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포괄한 개념이다. 화려했던 중화의 영광을 복원하겠다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실크로드로 동서양 교류의 길을 열었고, 정화의 원정이 콜럼버스보다 90년이나 앞섰지만 근대에 들어 세계 역사의 주도권을 서양에 넘겨줘야 했던 중국으로선 아쉬움이 남다를 것이다.


과거의 중국과 인연이 있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 중심의 공동체를 구축함으로써 G2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중국의 구상이다. 경제분야에 그치지 않고 G2로서의 위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팍스 시니카 선언이다.


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핵심인 동남아시아 지역은 폭발적 도약이 기대된다. 이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거대 자금이 몰릴 경우 놀라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아세안 10개국의 경제 성장률은 2010-2019년 중에 평균 5.7%에 달해 세계 평균 4.0%를 상회했다. 올해 세계 GDP 대비 비중은 3.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세계무역 비중도 2013년도에 이미 6.7%에 달했다. 아세안 인구는 6억명에 달하며 2050년엔 세계 인구의 8.2%를 차지할 전망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한국의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아세안 교역 비중은 2014년 현재 12.6%에 달해 일본(7.6%)의 두 배에 육박하고 미국(10.5%)을 넘어섰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큰 시장이지만 중국의 전략적 투자와 AIIB의 개발 자금이 뒷받침될 경우 인구와 자원이 풍부해 거대시장으로 도약하는 건 시간문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20년까지 아시아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 수요는 매년 73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어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여지도 많다. 인구 대국인 동남아 국가들이 고도 성장을 달성할 경우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성급한 기대마저 갖게 한다. 경우에 따라 중국 주도의 거대 경제 블록의 탄생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고 있는 한국으로선 동남아 지역을 새롭게 봐야 할 시점이다. 저임금에 기반한 생산기지나 가난한 나라로만 보는 기존 전략으론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전략을 갖고 대해야 한다. FTA 체결과 AIIB 가입만으론 충분치 않으며 아세안 국가들을 이제 전략적 동반자로서 대할 필요가 있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교류 확대의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최성범 우석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