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송명견 교수의 패션메신저] 상투자르기와 삭발

시계아이콘01분 2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송명견 교수의 패션메신저] 상투자르기와 삭발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AD

[송명견 교수의 패션 메신저] 속절없이 1년의 세월이 흘러가 버렸다. 자식을 빼앗긴 원과 한을 가눌 길 없었던 엄마 아빠들은 팽목항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했다. "부모가 준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려서, 그래서 부모에게 불효가 되더라도..." 라고도 했고, "죽을 각오를 나타내는 삭발이다. 나는 이미 죽었다"라고도 했다.


진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억의 숲'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 온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런 '궁금증'을 내놓았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왜 배 안에 계속 있으라는 '명령'을 받았나요", "왜 그런 '명령'을 지켜야 했나요", "왜 아이들이 첫 번째로 구조되지 못 했나요" 등등. 그렇다. 아이들 엄마 아빠들은 그 해답을 알려달라고 울며 삭발을 했을 것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이 있다. 몸과 터럭과 살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란 말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귀한 몸이니 소중히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찍이 조상들은 머리털을 깎는데 대해 극도로 저항했다.


120년 전인 1895년, 일본이 침략의 마수를 뻗으며 머리를 깎도록 밀어붙인다. 미풍양속을 허물어내려 함이었다. 고종이 민비 상중임을 이유로 단발을 미루자, 왜군들이 궁을 둘러싸고 대포를 들이대며 위협했다. 왕이 장탄식을 하며 상투를 잘랐다. 뒤이어 태자도 자르게 하고 단발령을 내리니 곡성이 땅을 흔들고 분노가 하늘에 치솟았다고 했다. 궁 밖에서도 일본군들이 칼을 들고 길을 막을 뿐 아니라 민가에 들어가 샅샅이 검문까지 하였기 때문에, 깊이 숨지 않으면 상투 자르기를 면하기 어려웠다.

서울에 온 시골사람들은 급히 귀향을 서둘렀고 길에서 붙들리면 그 자리에서 상투를 잘렸다. 차고 다니던 주머니에 잘린 상투를 담아 넣고는 통곡을 하면서 고향으로 내려갔다. 당시의 정서로는 목이 잘리더라도 머리는 내놓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명성 황후 시해와 단발령이 이어지면서 이에 반발해 항일 의병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단발령을 주도했던 김홍집 내각은 그 여파로 무너졌고 김홍집은 피살당하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말하자면 정권이 붕괴된 것이다. 단발령은 그렇게 실패했다.


하지만 머리를 깎아야 하는 흐름은 점차 도도해진다. 그럼에도 상투를 자르면 문중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야밤에 지방으로 도피하거나 산골로 들어가 화전을 개척하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상투를 자르지 않아 선교사들이 주도하는 신식교육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머리카락 때문에 많은 인생이 바뀌었다. 물론 옛날의 상투자르기와 오늘의 삭발은 다르다. 전자가 강제로 당하는 일인데 반해 후자는 울면서 스스로 결행하는 일이다.


현대인들은 머리카락에 손을 대는 것이 패션을 완성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인 것처럼 알고 산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삭발'을 통해 오늘날에도 머리카락에는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 힘이 있음을 새삼 본다. '궁금증'을 풀어달라는 절규를 '삭발'로 보여야하는 이런 아픔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고 바란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