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 정부가 지난 1일(현지시간) 조용히 '골프와 전쟁'을 선언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국토자원부는 불법 건설된 66개 골프장을 폐쇄했다. 그 가운데 베이징(北京)에 있는 세 곳도 포함됐다.
2004년 중국 정부는 골프장 건설 금지령을 내렸다. 당시 국무원이 경작지의 사사로운 점용(占用)과 농민의 이익 침해를 이유로 골프장 신설뿐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공사도 중단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현재 600개 정도인 골프장 가운데 66%는 2004년 금지령을 어기고 지어진 것들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은 골프를 '부르주아 운동'으로 규정하고 골프장을 모두 없앴다. 골프는 '녹색 아편'으로 불렸다. 그러던 중 1980년대 개혁ㆍ개방 바람과 함께 골프장이 하나둘 다시 생기기 시작해 우후죽순처럼 건설됐다.
1984년 홍콩의 '붉은 재벌' 훠잉둥(영어명 헨리 폭)이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와 손잡고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에 개장한 18홀 코스가 1949년 공산화 이후 중국에서 처음 문을 연 골프장이다.
중국 기업인들은 골프를 인맥 구축의 기회로 삼았다. 신흥 부자들에게는 부(富)를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다시 골프와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력히 추진 중인 부패척결 운동의 연장선이다. 중국의 공무원들은 골프장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6개 골프장이 폐쇄된 지난 1일 상무부의 한 관리가 '골프 친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국은 '골프 탄압'을 부동산 시장 장악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농사 지을 토지가 부족해 골프장 건설을 허락하기에는 중앙정부의 부담이 너무 크다. 중국 정부는 식량자급을 원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경작가능한 땅도 마구 사들여 골프장으로 개발하는 실정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알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지방정부에 골프장 부지 매입을 문의하면 지방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재정 충원의 기회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경제성장을 부채질하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이에 대해 묵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앙정부는 이제 토지이용 정책에 관한 한 지방정부를 철저히 단속할 태세다. 여기에는 환경문제도 한몫했다. 골프장을 푸르게 유지하려면 많은 물, 화학물질, 살충제가 필요하다. 골프장이 아니어도 중국은 물 부족, 극심한 토양 오염에 시달릴 판이다. 2012년 이미 도시의 물 소비량이 공급량을 70% 초과했다.
중국은 도시의 물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남수북조공정(南水北調工程ㆍ수량이 풍부한 남쪽의 물을 건조한 북쪽으로 돌리는 계획)'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연적인 물 순환의 평형을 깨뜨릴 수도 있다.
한편 중국의 토양 가운데 20%가 오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가 살충제 사용을 적극 통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골프장 66곳을 폐쇄한 것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그러나 아직 수백 곳이 남아 있는데다 개발 중단된 골프장도 수십개에 이른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