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심사·계약직으로 뽑아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정부가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TCB 내 기술평가 전문인력 확충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평가 인력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중소기업에게 돌아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TCB대출은 증가 추세다. 지난 2월말 기준 TCB대출 잔액은 13조5000억원이다. 2월 한달 간 2조7500억원 대출이 이뤄져 전달보다 26% 급증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신규 TCB대출 목표액을 20조원으로 잡았다.
TCB는 신용이 부족해도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게 자금길을 터주기 위한 제도다. 중소기업이 은행에 TCB 인증서를 제출하면 기술력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이 때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해 기술등급을 정하는 이가 TCB 기술평가 전문인력이다. 중소기업의 자금줄이 이들 전문인력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기존 TCB 3사(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에 이어 금융위는 최근 이크레더블을 4번째 TCB로 신규 지정했다. 기술평가 인력도 늘고 있다. 기보를 제외한 민간 2사의 TCB 인력은 지난해 7월 57명에서 현재 372명으로 315명 급증했다.
문제는 TCB들의 기술평가 인력 확충이 '번갯불 콩 구워먹듯'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크레더블은 정부의 신규지정 발표 소식 다음날에야 부랴부랴 채용에 나섰다. 기계·소재·전기전자 등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이 회사의 기술평가 인력은 20명에 불과하다. 나이스평가정보나 한국기업데이터도 필요한 인력을 계약직으로 확충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서류 마감부터 최종 발표까지 열흘 안팎의 짧은 기간이 걸려 제대로 된 채용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 TCB 평가를 받은 중소업체 대표는 "평가인력의 이해도에 따라 기술평가 등급 나오는 게 천지차"라며 "우리들 사이에선 기술 이해도가 높은 평가사를 만나는 게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 TCB 기술평가 전문인력은 "생명공학이나 항공우주 같은 전문분야는 해당 기술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는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며 "노하우가 쌓여야 밀도 있는 심사와 평가가 가능한데 아무래도 최근 대거 채용된 이들은 이런 점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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