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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니가 가라 중동'과 '텅 빈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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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니가 가라 중동'과 '텅 빈 중소기업'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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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장기 침체와 성장, 실업과 일자리, 고령화와 복지, 중소기업과 경제민주화 등등. 모든 문제 해결의 중심에 청년이 있다. 그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들이 일하고 세금을 내야 복지 예산이 충당된다. 그들이 일해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해소된다. 그래서 청년 일자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청년 실업 50만명 시대가 다가왔다. 지난 2월 청년(15~29세)실업률은 11.1%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취업자의 20%가량은 1년 계약직이다. 청년 일자리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누군가 대기업 임금을 동결해서 일자리를 만들자고 한다. 정부도 노동부 차관이 나서 범부처 TF를 구성했다.

이런 노력도 그리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성장은 둔화됐고 서비스업의 성장은 더디다. 그리고 청년들의 취업 눈높이는 높아졌다. 교육과정에서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탓이다.


자연스럽게 눈을 밖으로 돌렸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글로벌 취업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정부는 글로벌 취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정부마다 사업의 이름만 다를 뿐이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제2 중동붐'을 강조했다. 청년들에게 한국이 텅텅 빌 정도로 밖으로 나가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청년들의 생각은 달랐다. 유명한 과거 영화의 대사 한 줄로 심경을 대변했다. '니가 가라 중동'

왜 정부는 가라고 하고 청년들은 '니가 가라'고 하나. 정부는 2014년 글로벌 취업에 1519억 원을 투입했다.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1273명이 취업했다. 평균 연봉은 2천만원에 못 미친다. 중소기업의 신입사원 연봉보다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현지인이 꺼리는 '3D' 업종이 많다. 노동착취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게 다행스럽다. 청년들의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고생을 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글로벌 취업에 대한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까지 나서 보고서를 발간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한 채 사업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취업을 앞둔 몇몇 학생들 말은 들어보면, 뽑는 과정도 단순해 보였다. 그렇다고 계약 기간 종료 후 취업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든다. 다만 글로벌 취업, 정확히 따지면 인턴 경력이 취업에 도움은 될런가 싶다.


현장으로 눈을 돌려 보자. 중소기업 수출도 경제성장의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수출지원 예산도 대폭 늘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었다. 2014년 중소기업청의 수출 및 마케팅 예산은 1313억원이다. 국내 판로 개척도 포함된 예산이다. 글로벌 취업 예산(1519억원)보다 적다. 그나마 2015년 500억원가량 증액됐다.


중소기업은 수출에 필요한 글로벌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필요한 인력이 글로벌 취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글로벌 취업자의 평균 연봉보다 많은 연봉을 제시한다. 그런데 '텅텅 빌' 정도로 나가란다. 그리고 수출 예산은 늘었다.


정부 3.0은 이번 정부의 핵심 과제이다. 글로벌 취업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 수출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청년들이 우리 중소기업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교포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취업할 것이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들고 글로벌시장을 누비는 그런 청년이 보고 싶다. 기존에 취업했다 돌아온 청년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의 글로벌 경험을 중소기업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3.0의 성공도 기대해 본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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