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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군만두 '서비스'와 금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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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군만두 '서비스'와 금융서비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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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서비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조찬 모임에서 한 강연자가 다음과 같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음식점 가면 군만두 줄 때 서비스라고 부른다. 즉 서비스라는 말은 공짜라는 인식이 우리의 의식 속에 깔려 있다. 그런데 금융업을 금융서비스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금융시장 발전에 오히려 저해가 되는 면이 있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현금인출기 사용하면서 내는 수수료마저 내가 내 돈 찾는데 왜 수수료 받느냐고 불평하는 것이 우리 금융소비자 정서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 고객사들이 하도 수수료를 경쟁 시키고 깎아 대고 해서 각 나라 별로 인수ㆍ합병(M&A) 자문료, 주식 인수 공모 수수료 수준을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최저 3국 중 하나라고 한다. 한국 외에 인도와 대만이 수수료로 짜기로 유명한 3국이란다.

모조품 만들기 세계 최강국이 중국이라고 하는 데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은 기업공개(IPO) 같은 건에 소위 '풀피(Full Fee)', 즉 규모와 성격에 따라 3~7%까지 군말 없이 내어놓는다. 우리나라는 딜도 몇 개 없는데 잘 줘야 1~2%에 발행 비용 등도 모두 주관사 보고 떠안으라고 한다. 이런 류의 딜을 따려고 발표 자료를 만들 때 꼭 들어가는 것이 '수수료를 얼마나 낮춰 내는가'와 아울러 '얼마나 딜 관련 비용을 부담하겠는가'다.


물론 이런 고객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경쟁이 심하고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칙 안에서 서비스의 차별화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 금융서비스 공급자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은행은 금융회사라는 인식보다는 공공기관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은행장의 연봉은 공개되고, 그마저 더 깎으라는 무언의 압력이 존재한다. 재밌는 사실은 반대로 은행장 자리에 지원하려는 후보자들 또한 그 누구도 보상에 관심이 없고 그저 은행장 자리만 주면 감지덕지라는 식이다. 아직 은행장 후보가 연봉이 맞지 않아서 그 자리 안 가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즉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인식을 보면 돈 빌려 이자 내는 것은 몰라도 다른 서비스는 다 '군만두'여야 한다. 그리고 은행장 같은 자리는 명예와 지위를 얻는 자리이지 고용주의 수익을 높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 돈을 벌 수 있는 자리는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선진 금융회사들은 지적재산을 인정받는 충분한 수수료를 수취해 인재를 모아 적절한 보상을 하고 주주 이익 극대화를 한 최고경영자(CEO)들은 수백억 원에 이르기도 하는 연봉을 받아가면서 어떻게 더 수익을 확대할지 밤낮으로 고민한다. 자리를 보존하려고 언론 및 정관계 인사들과 인맥 쌓기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어떻게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이런 '금융회사'들과 경쟁해서 이기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은행은 절대로 금융회사가 될 수 없다. 은행장을 거쳐간 수많은 훌륭한 분들의 잘못도 또 규제만의 이유도 아니다. 우리 국민의 정서와 금융시장의 역사, 그 바탕 위에 만들어진 시장이 이유라면 이유다.


앞서 이야기한 연사는 또 지적했다. "금융당국 본연의 역할은 운동 경기의 심판 같은 것이지 모든 학생들의 안녕을 책임지는 초등학교 담임선생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정서는 금융시장의 모든 사건ㆍ사고를 금융당국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환경 속에 어떤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새로운 금융기법과 규제 개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러한 총체적 이슈는 1~2년 임기의 금융위원장 혼자 단기적 처방이나 슬로건성 이슈메이킹으로 풀 수 없는 과제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살길은 정보기술(IT)ㆍ금융ㆍ의료ㆍ교육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 일반 대중의 정서까지 바꿔 보겠다고 나서는 소신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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