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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화석연료와 '좌초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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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화석연료와 '좌초자산'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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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은 돌멩이가 없어서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 전 석유부 장관의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요즘 국제 금융계에서는 화석연료의 시장가치가 대차 대조표 상의 가치보다 낮은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될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즉 지난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오르지 않게 유지하려면 대기 중 온실가스를 450ppm 이하로 규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화석 연료의 총량을 900~1075기가 CO₂곘으로 제한해야 하는데 현재 에너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총 매장량은 2860기가 CO₂곘이기 때문에 결국 매장량의 65~70%에 달하는 1785~1860기가 CO₂곘은 사실상 자산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많은 양의 화석연료가 결국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제시되고 있다. 첫째 규제로 인해 화석연료의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는 점을 꼽는다. 이런 규제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통제하려는 국제적 합의에 따른 경우도 있지만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둘째 기술 혁신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태양광 발전 단가는 2007년 W당 8달러에서 2013년 3.05달러로 떨어졌고 다른 나라에서도 2~3년 이내에 태양광 발전이 석탄 발전보다 더 싸게 생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새로이 건설된 발전용량의 절반이 재생에너지였고 2011년 20%였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2018년이면 25%로 늘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사회적 압력을 들 수 있다. 특히 사회책임투자자들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 좌초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와 그로 인해 생기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밝히라는 요구를 하거나 심지어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에는 투자를 철회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셰일 가스 개발 기업인 Cuadrilla Resources사는 세일가스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피해와 관련하여 환경단체의 거센 항의에 시달리고 있고 원자력 발전 또한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축소ㆍ폐쇄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과 그로 인한 건강 문제도 사회적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EU에서도 2010년 2만2000명의 사망이 석탄 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고 그만큼 화석연료에 대한 사회적ㆍ정치적 지지는 줄어들 것이다.


에너지컨설팅 업체 케플러(Kepler Chevreux)사의 추산에 따르면 화석연료 기업이 좌초자산으로 입게 될 손실이 향후 20년간 28조달러에 달할 것이고 기업 가치는 현재보다 40~60%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은 기업은 이제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위험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오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거나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업종만이 아니라 금융이나 소비재 생산 같은 업종도 좌초자산으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의 직간접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기후변화는 지구적 지속가능성이라는 당위적 차원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 활동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현실적이고 금전적인 문제이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회피하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갑작스런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해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탈 탄소화된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때가 왔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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