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호 주시애틀 총영사 "시애틀 항공업체와 국내 기업 네트워크 적극 구축"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보잉 상용기 부문에 근무하는 8만명의 인력 중 내년에 약 4만명이 은퇴 연령에 도달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특화된 전문 기술분야로 눈을 돌리면 취업의 길이 활짝 열릴 겁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문덕호 주시애틀 총영사는 지난 2일 "지금까지 글로벌기업 취업은 개인적 차원에서 스펙에 따라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시애틀 지역에 취업하고자 하는 젊은 인재들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문 총영사는 "이 지역에 25개 정도의 커뮤니티 칼리지가 있는데 이곳에서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2년 정도 특화된 코스를 거치면 보잉사의 인턴을 거쳐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주시애틀 총영사관은 미국 서북부에 위치한 워싱턴ㆍ오리건ㆍ알래스카ㆍ아이다호ㆍ몬타나 등 5개 주를 관할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 북부지역인 이곳은 미국 영토의 25%를 차지하며 이들 5개주에 우리 동포 1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지역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코스트코, 스타벅스 등 굴지의 글로벌기업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잇따라 지역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 문 총영사는 "이 지역이 글로벌 기업 밀집한 신흥지역이기 때문에 인재들이 많이 모이고 과학기술자의 비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애틀은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워싱턴주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의 항공우주 산업의 총매출은 857억달러(약 93조7300억원)에 달했다. 그 중심에 내년에 창사 100주년이 되는 보잉사가 있다. 보잉의 본사는 시카고에 있지만 이 지역에 전체 종업원의 절반가량인 8만명이 근무하며 상용기를 제작하고 있다. 보잉의 지난해 매출은 907억달러(약 99조3800억원)에 달한다.
문 총영사는 이 지역의 항공우주산업과 우리나라 기업의 협력체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특히 보잉사라는 큰 항공사를 중심으로 몰려 있는 서플라이 체인(공급업체)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주목한다.
현재 보잉사의 서플라이 체인은 1350개에 달하며 이들 기업에 약 5만2000명이 종사하고 있다. 그는 "보잉사의 상용기 제작은 항공기 메인보디 각 부문별로 공급업체가 정해져 있다"며 "틈새시장을 노려 진출하려면 이들 공급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용기 제작은 기술 축적이 어렵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엄청난 비용이 필요해 시장 진출이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급업체의 중요한 파트너로 참여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문 총영사는 시애틀 항공기 공급업체와 국내 기업의 네트워크 구축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최근 전북, 경남북 등 지자체의 항공우주산업 관련 기업들이 탄소섬유 분야에서 이 지역 진출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항공기 수입 과정에서 제조사에 적극적인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영사는 "그동안 우리가 군용비행기, 상용기 등을 수입하는 절충교역 과정에서 일정부분 기술이전이나 부품을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받게 돼 있는데 일본 등에 비해서 적극적인 노력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민관이 힘을 합쳐서 우리 민간기업이 보잉 등에 부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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