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파격 할인 앞세운 봄 정기세일…행사장 제외하고는 썰렁
백화점 내 면세점은 중국인들로 장사진 이뤄…전혀 다른 풍경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불황 타개를 외치며 백화점들이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들어갔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꽁꽁 언 소비심리를 풀기엔 역부족이다. 미끼로 내놓은 초특가 상품만 사갈 뿐, 전체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자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대상 마케팅이 늘어나는 등 의존도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5일 오후 찾은 롯데백화점. 크록스, 동광, 대현, 시선 등 여러 브랜드의 패밀리세일이 진행된 9층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러나 1만, 2만, 3만원대 초특가 매대에도 둘러보는 사람만 많을 뿐, 선뜻 구매하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한참 옷을 헤집던 한 주부는 "저기 가면 쉬폰 블라우스 하나에 7만원이 넘는데 이건 2만원대네. 싸긴 싸"라면서도 "딴 곳도 둘러보자"고 친구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
옆 매대에서는 캘빈클라인 가방이 70% 넘게 할인해 4만9000원, 5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가방을 들어볼 뿐, 구매하기까지 심사숙고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같은 층 면세점을 찾은 요우커들이 할인행사장까지 둘러보며 내국인의 빈 자리를 메워준 턱에 판매직원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대부분 요우커는 한 번 상품을 둘러본 후 바로 지갑을 열어 결제하는 통 큰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고객이 많이 몰린 것도 9층 초특가행사장 한 곳일 뿐, 바로 아래 8층 가전·가구 매장이나 5층 남성복 매장 등은 훨씬 한적했다. 결혼성수기를 앞뒀지만 혼수고객들도 찾기 어려웠다. 남성정장매장을 지키던 한 판매직원은 "사람 되게 없다. 저쪽 저가브랜드만 사람이 좀 있고 여긴 안온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백화점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백화점들은 이미 올 초부터 겨울상품 시즌오프 행사에 신년세일, 명품세일, 브랜드세일까지 수많은 세일을 해왔다. 그러나 '저렴한 실속상품'만 구매하는 짠돌이 소비패턴 때문에 올 1분기 실적은 역신장하거나 대부분 지난해보다 꺾였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 1~3월 기존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3% 성장했다. 2014년 1분기에 전년대비 4.2% 성장한 것과 비교된다. 현대백화점은 1~3월 누계 매출이 지난해와 같아 성장률이 0%였고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신장률이 -0.3%로역성장했다.
반면 면세점은 요우커 덕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한방화장품 설화수 매장 앞에는 결제를 기다리는 요우커 5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너무 복잡하다고 말을 건네자 한 면세점 직원은 "원래 여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어쩔수 없다"며 "쇼핑하기 힘들면 차라리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보는 건 어떠냐. 내국인들은 혜택도 더 많다"고 고객 분산을 유도하기도 했다.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를 따라 국내 면세점 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1분기 롯데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1% 신장했다. 성수기인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24% 성장했다. 호텔신라 역시 2013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대비 9.7% 성장했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25.2% 껑충 뛰는 등 나날이 증가세다.
면세점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이 어렵다보니까 면세점 성장세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이라며 "면세점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7대3 비중인데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인이 70~80%로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1년부터 중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방문해 면세점이 함께 성장했다"며 "최근에는 개별여행으로 오는 20~30대 여성이 많아져 매출 톱 10개 상품 중 4개가 화장품"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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