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차기 사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혼란을 막고 조직을 다잡기 위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1일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사업총괄 부문에 묶여 있던 선박과 해양플랜트 분야를 본부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에 따라 기존 3총괄·3실 체제에서 1총괄(생산총괄)·3본부(해양플랜트사업본부, 선박사업본부, 특수선사업본부)·3실(인사지원실, 재경실, 전략기획실) 체제로 바뀌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직개편과 함께 이날 근무태도, 영업방식, 원가 절감 방법 등을 담은 비상경영지침을 팀별로 하달했다. 전체 인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기존 이철상·고영렬·박동혁 부사장 등 3명은 1일부로 인사발령이 났다. 이철상 부사장은 호텔·급식과 관련된 자회사 웰리브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고재호 사장과 함께 차기 사장 물망에 오르던 고영렬·박동혁 부사장은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돼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고재호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보내고 "최근 대표이사 미선임 이슈로 회사 안팎에 혼란이 초래되면서 회사는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책임지고 있는 사장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빠른 시일 안에 정리되기를 간곡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긴장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독려했다. 고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도 예산삭감과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국내외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회사 내부에서는 영업, 생산, 재무 등 큰 축들이 흔들리며 일제히 경고음을 내고 있고 그나마 상대적 우위를 보이던 상선 수주도 승자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고 사장은 이어 "그러나 가장 큰 위기는 은연 중에 회사의 존속가능성을 너무 당연시여기는 막연한 낙관주의"라며 "소중한 일터인 대우조성해양은 우리들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임금은 생산성과 물가에 잘 연계돼야 한다는 상식이 무시되고 동종업계와의 단순비교를 통한 적당한 타협만 반복된다면 그 소중한 '거위의 배'를 갈라버리는 성급함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이 회사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보고 행동해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지난주 사측에 ▲기본급 12만5000원 인상 ▲사내복지기금 50억원 출연 ▲사내하청노동자 처우개선 ▲하계휴가비 150만원 추가인상 등의 노조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고 사장은 "임직원들은 단연 회사의 제1 주인"이라며 "그러나 주인이 주인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종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대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혼란 상황을 직시해 신뢰와 열정을 지닌 진정한 주인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현장과 사무실에서 기본과 원칙을 지켜 안전사고와 품질사고 없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고 이를 위해 우리의 땀과 노력, 장인정신과 윤리 경영 자세까지 우리가 건조하는 선박과 플랜트에 담아서 인도하도록 하자"고 독려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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