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한국 경제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허비되고 있다.
이미 청년실업률이 15년 여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공무원연금에 투입될 세금이 올해만 3조원에 육박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기득권층의 양보는 없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해 디플레이션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 수출도 지난달 자동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4.2% 감소했다.
이 같은 경기불황에 따라 소비 ·고용 ·투자 부진이 뻔히 보이는데도 타협주체들은 눈 앞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를 짐짓 외면하고 있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대타협 시한으로 못 박았던 지난달 31일 자정까지 결국 초기적인 합의안도 내놓지 못했다. 회의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지만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법제화, 비정규직 기간연장, 해고기준 명시 등에 대한 반대의사를 굽힐 기세가 아니다.
경영계도 8시간 추가 특별연장노동 허용과 단기근무자 퇴직금 지급 반대 등을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다. 지난해 12월 첫출발부터 이어져온 갈등구조가 변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 역시 추가적인 중재안을 내지 못하며 무기력한 모습이다.
공무원연금 대타협 시한도 이미 지났다.
실무기구를 만들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여야가 운영시한이나 개혁방향을 두고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측은 지금 받는 연금에서 한 푼이라도 깍는 협상안에 결사 반대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 수준이지만 공무원들은 60%를 고집하고 있다. 양보가 없으니 타협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현행 공무원 연금 제도하에서) 올해만 매일 80억원, 내년부터는 매일 100억원씩 보전액이 들어간다”며 타협안 도출을 압박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 였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또 다른 구조개혁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통상임금 산입을 둘러싸고 노사가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일단 노사는 2일, 다시 임금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노총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가 6~7일께 나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만약 현대차가 민노총 총파업에 동참한다면 파장이 커져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노사관계는 더욱 경색되며 미세한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네덜란드가 1980년 초까지 저성장과 일자리 감소로 네덜란드병(病)을 앓자 노사가 앞서 자율적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에 의한 일자리 나누기 대안을 제시, 위기극복에 나선 자기희생 사례를 우리나라도 적극 배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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