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우선협상업체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확정됐다. 지난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14년 만에 국산 전투기 시대가 가시화된 것이다. 우선협상업체로 KAI가 결정됨에 따라 록히드마틴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KFX사업(보라매 사업)은 2025년까지 F-16급 이상의 고성능 국산 전투기 120대를 만들어 F-4와 F-5 등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개발비만 8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이다. 오는 2025년부터 120대가 전력화되는 KF-X는 KF-16과 기동성은 유사하지만 탑재되는 레이더, 전자장비 등은 더 우수한 '미들급' 전투기로 쌍발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쌍발형 엔진을 장착하기로 하면서 전력화 시기는 당초 예정인 2023년보다 2년 늦춰지기도 했다. 쌍발형 전투기는 단발 전투기에 비해 힘이 좋고 많은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쌍방 전투기의 최대 속도는 마하 1.97로 단발 전투기(마하 1.89)보다 빠르다. 하지만 쌍발기는 개발에 더 많은 비용이 들고, 개발 이후 수출할 가능성이 단발기보다 작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제성을 감안해 단발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동력과 무장 능력을 감안하며 쌍발기가 낫다는 반론이 맞서면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엔진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미국 록히티 마틴사의 협조 여부다.
방사청은 차세대전투기(F-X) 3차 사업 과정을 통해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전투기 개발의 핵심인 17개 기술을 확보했다. KFX 탐색개발을 통해 필요한 기술의 90%는 확보해 놓은 것으로 방사청은 판단하고 있다. 부족한 기술에 대해서는 록히드마틴과 전문인력 지원, 전투기 기술자료 등의 기술이전 양해각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 록히드마틴이 합의한 기술을 이전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현금을 물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놨기 때문에 목표한 기술이전이 달성될 확률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항공기 체계 종합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KAI는 T-50 시리즈 개발과 개량에서도 록히드마틴과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여기에 록히드마틴은 한국 공군의 차세대 주력전투기(FX)로 선정된 F-35 전투기 생산하는데다 현용 주력기인 KF-16의 업그레이드 사업도 맡을 것으로 보여 ‘한미동맹의 상징’으로까지 불려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록히드마틴이 쉽게 기술이전이나 지분투자를 할 지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KFX의 성공을 위해 미국 록히드마틴에 지분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FX개발비용 9조원중에 최대 2조원을 투자하고 공동수출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으로부터 투자액수에 대한 대답이 아직 없다.
일각에서는 록히드마틴에서 참여를 한다고 해도 개발비 외에 특별한 효과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T-50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록히드마틴은 T-50 개발비의 13%에 해당하는 3000억원을 투자했다. 대신 록히드마틴사의 수출네트워크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T-50을 1대 수출할 때마다 150만달러를 로열티로 가져가기로 했다.
T-50이 막상 양산되고 수출시장에 나오자 록히드마틴의 태도는 변했다.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T-50 수출에 도전한 UAE, 폴란드, 싱가포르, 이스라엘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지금까지 수출에 성공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은 모두 우리 정부와 KAI가 독자적으로 수출을 추진한 곳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폴란드의 경우 록히드마틴에서 수출을 맡겠다고 나섰지만 막상 현지에서는 자사가 운용하고 있는 PAC-3 방어시스템을 팔기 위한 마케팅에만 열을 올렸다"며 "폴란드 수출 때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록히드마틴 입장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KAI를 견제할 것"이라면서 "KAI에 기술이전은 물론 마케팅까지 해줄 경우 호랑이를 키우는 꼴이어서 KFX사업에서 얼마나 기술이전을 해 줄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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