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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했어?" 청소년 거리상담 직접 가보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3초

가볍게 건넨 말에 쉽게 마음 연 아이들…서울시 연합 아웃리치 거리상담 현장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정현진 기자] "가출했어?" 한 상담가의 스스럼 없는 말에 한 여학생이 대답 없이 코를 훌쩍였다. 허벅지 반 이상 위로 올라오는 짧은 치마에 노랗게 물들인 머리의 A(19)양이었다. A양은 상담사가 내미는 리플렛을 받아들고는 "여자애들 같은 경우 길에서 잘 수도 없고 집 나오면 잘 곳이 없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앞에서 열린 '청소년 거리상담'. 금요일인 27일 오후시간, 바쁘게 거리를 오가는 이들 사이로 청소년들은 쉽게 눈에 띄였고, 대화를 나눈 이들은 이내 마음을 터놓았다. ‘서울시 연합 아웃리치’에 속한 다시함께상담센터, 동작구 청소년상담센터, 보라매will센터,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우리별은 이날 가출청소년이나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나누고 지원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터였다.

상담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상담 안내 리플렛을 건네고 상담부스로 이끌기 위해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에게 다가갔다. 서먹하거나 어색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상담가는 '제발 한 번만 받고 가~'라며 장난스레 무릎을 꿇는 시늉도 했다. 그렇게 상담부스로 다가온 청소년들은 부스에 마련된 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기념품과 함께 상담소 연락처를 하나씩 받아갔다.


"가출했어?" 청소년 거리상담 직접 가보니 ▲ 청소년 거리상담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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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가들은 다소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 가출, 성매매 등을 '쉽게' 말했다. 청소년들이 말하기 어려워하는 주제를 쉽게 상담하고 털어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황푸른솔(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가)씨는 "진지하게 물으면 집에 연락할까봐 아이들이 오히려 입을 다문다"며 "편하게 물어야 말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고 말했다.


한 상담부스에서는 '불안 정도'를 측정하며 상담가들은 검사지를 작성하는 청소년들에게 "밥은 잘 먹고 다니니?" 같은 원래 알던 사이인 듯 말을 건넸다. 그러자 두 청소년들은 의외로 쉽게 지금 집에서 나와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날 상담가들은 처음부터 '고민 상담'을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퀴즈, 게임, 설문지 작성, 팔찌만들기, 그림그리기 처럼 단순한 행동을 함께 했다.


강은영(동작구청소년상담센터 상담가)씨는 "청소년들과 상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간단히 그림을 그리거나 팔찌를 만들거나 하면서 대화하다보면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그럴 때 힘들 때 찾아오라고 전화번호를 준다"고 말했다.

"가출했어?" 청소년 거리상담 직접 가보니 ▲ 거리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신림역 인근, '가출팸' 청소년들이 많이 간다는 '신림 디스코 팡팡' 간판이 보인다.


이날 상담은 오후10시까지 이어졌다. 상담가들은 연신 핫팩을 주물러가며 밤 늦게까지 부스를 지켰다. 상담부스에는 130여명의 청소년들이 다녀갔다.


시 산하 한 청소년 센터에 근무했었다는 김모씨는 "청소년들이 실제로 상담부스에 찾아와서 상담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교육청 소관 밖이라 상대적으로 더 방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 상담이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학교에 나가지 않는 청소년들을 위해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담부스를 지켜보던 신림동 주민 김종학(65)씨는 "자식 키워본 입장에서 가끔 늦게까지 길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면 만원 씩 쥐어주고 집에 들어가라고 할 때가 있다"며 "이러한 행사가 있어 다행이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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