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최근 람보르기니 추돌 사고로 '자동차 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보험시대'. 다양한 보험 상품들 가운데 역사상 최악의 보험 사례를 모아본다. 소위 '정책성 보험'이라고 부르는 상품들로 보험에 대한 이해 없이 정부의 주도로 일시적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시장에서 불필요하거나 가입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 특징이다.
#1. 박근혜 대통령의 4대악(惡) 척결 공약에 따라 선보인 '4대악 보험'은 출시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가입건수가 한 건도 없다. 여기서 말하는 4대악이란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일명 4대악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주도해 개발한 상품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 가입이 꺼려진다.
#2.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노인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노후실손보험'도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입연령 상한을 75세로 늘렸다. 그러나 노후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8개사의 상품 판매건수는 6000개 수준이다.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대부분 노인이 가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이명박 정부 때 나와 반짝 인기를 끌다 지금은 가입이 급격하게 떨어진 '자전거 보험'도 대표적인 정책성 보험 사례다. 자전거 보험은 4대강 자전거길 개발 바람에 맞춰 앞 다퉈 출시된 상품이다. 2010년 1만7700건에 달했던 건수가 지난해 2884건으로 크게 줄었다. 일부 보험사는 판매를 중단했다.
#4. 이명박 정부 시절 또 하나의 실패작인 '녹색자동차보험'은 현재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 이 상품은 자동차 주행거리 감축을 통해 감소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탄소배출권을 지급한다. 출시 초기 2012년 1만5000건이나 팔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총 2만4000건 정도가 판매되면서 2013년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5. 일반연금 대비 연금수령액 수준을 10% 이상 높인 '장애인연금보험'도 실적이 미미하다. 지난해 5월 NH농협생명과 KDB생명이 출시했지만 지난 2월까지 각각 가입건수는 1140건, 300건에 불과하다. 보험사가 져야 할 손해율이 많아 팔릴수록 손해인 상품이라 보험사들이 판매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 수익과 설계사 수수료 수준이 낮아 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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