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공익적인 기부'다. 아니다. '증여세 회피 수단'이다. 최근 기업들이 자사 문화재단에 주식 증여를 하는 것과 관련해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 1위 가구기업인 한샘 창업자 조창걸 명예회장이 26일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한샘지분 60만주(2.55%)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직전일 종가(17만6000원) 기준 1056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조 명예회장은 한샘 주식 534만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260만주(약4400억원)를 모두 기부키로 공언했다.
시장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통큰 기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지분 기부를 하면서 "한샘드뷰 재단을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브루킹스연구소처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데서 그의 진정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조 명예회장은 2010년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세 딸 중 한 사람이 아닌, 직원 출신의 최양하 회장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서울옥션의 이호재 회장이 서울옥션 지분 80만주(4.73%)를 비영리재단인 가나문화재단에 증여한 것도 공익성과 관련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24일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재산 출연을 하되 최대한 재단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재단 이사장을 김형국 전 서울대환경대학원에 맡기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재단으로 주식을 증여하는 일이 모두 세간의 박수를 받는 건 아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지배하는 재단에 비과세 상한선인 5% 이하로 증여해 수백억 원의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7월 최수부 전 광동제약 회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지분 중 4.35%가 가산문화재단에 증여되자 상속세 절세와 경영권 강화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증여로 가산문화재단의 광동제약 지분율은 0.65%에서 5.00%로 늘어나 단번에 2대 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당시 광동제약 6.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은 가산문화재단 5.0%, 광동생활건강 3.05% 등을 다 합쳐 지분율이 17.81%로 올라갔다. 현행법상 특정회사가 지분 5%를 초과하지 않는 주식을 공익재단에 출연할 경우 증여세가 비과세된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최 전 회장 생전 뜻에 따라 가족 회의 끝에 문화재단에 증여하기로 결론낸 사안"이라며"상속세 절세와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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