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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논리다] 왜 ‘발가락이 닮아 있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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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1900~1951)이 쓴 단편소설의 제목이다.

[글은 논리다] 왜 ‘발가락이 닮아 있다’고 하나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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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을 ‘발가락이 닮아 있다’고 달지 않은 데 새삼 주목할 정도로 요즘은 ‘닮아 있다’는 틀린 표현을 자주 접한다.


수학 시간에 배운 ‘닮은꼴’이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닮은꼴은 크기는 다른데 모양이 같은 둘 이상의 도형을 뜻한다. ‘닮은꼴’이라고 하지 ‘닮아 있는 꼴’이라고 하지 않는다.

‘닮다’는 동사다. ‘닮은 모습’은 ‘닮다’가 실행된 결과다. 그래서 a가 b와 비슷하면 ‘a는 b를(와) 닮았다’고 표현한다. ‘닮은 사람 찾기’가 맞고 ‘닮아 있는 사람 찾기’는 맞지 않다.


▷제가 연예인 이민호랑 닮아 있다고 해요.


▷아이의 부모를 만나보면 어쩌면 저렇게 같은까 싶을 정도로 말투, 행동, 예절바름 여부가 닮아 있다.


‘현재 상태’임을 친절하게 알려주기 위해 흔히들 붙이는 ‘있다(는)’는 군더더기다.


한 지하철 광고 문구인 ‘내 다리가 휘어져 있다고?’가 바르지 않은 이유도 위와 같다. ‘휘어지다’는 동작이 이뤄지면 ‘휘어졌다’가 된다. ‘내 다리가 휘어졌다고?’가 맞는 표현이다.


더 간결하게 말하려면 ‘휘어지다’ 대신 ‘휘다’를 택해 ‘내 다리가 휘었다고?’라고 하면 된다. 다음 예문도 읽어보자.


▶강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강변의 버드나무가 일제히 한 쪽으로 휘어졌다.
▶강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강변의 버드나무가 일제히 한 쪽으로 휘었다.


‘약해지다’ ‘담기다’ ‘소문이 나다’ ‘진출하다’ ‘가입하다’ 등 동사에도 ‘있다’를 붙이지 말자. ‘약해졌다’면 지금도 약한 상태다. ‘약해졌었다’고 하면 과거 한때는 약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 되지만. ‘담겼다’도 마찬가지다. ‘담겼었다’는 지금은 그 안에 없다는 말이지만 ‘담겼다’는 여전히 있다는 뜻이다.


▷오정해는 “70년 세월을 부모님을 그리면서 사셨던 선생님의 마음이 노래 속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오정해는 “70년 세월을 부모님을 그리면서 사신 선생님의 마음이 노래 속에 그대로 담긴 같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화이브라더스는 시가총액 7조원 규모의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영화 제작부터 음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화이브라더스는 시가총액 7조원 규모인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영화 제작부터 음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부줌부라는 아프리카 탕가니카 북쪽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로 맥주ㆍ커피의 집산지이며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있다.
▶부줌부라는 아프리카 탕가니카 북쪽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로 맥주ㆍ커피의 집산지이며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


‘잘 생긴 유명인과 닮아 있는 사람’보다는 ‘멋진 인물과 닮은 사람’이 더 낫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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