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갖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식과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소셜 허브’를 인터뷰해 소개합니다.
“2014년 12월11일 현재 올해 읽은 책 239권. 많이 읽은 듯하다. 사실 토할만큼 읽은 듯하다. 내 인생 통틀어 가장 많이 읽은 해가 될 듯하다. 책을 많이 읽어 행복할 듯싶은데 과유불급이다. 슬픈 책도 많았다.”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드물다. 그가 소설ㆍ인문 분야 책을 주로 읽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를 이 분야 국내 최다 독서가로 꼽아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그는 지난해 250권 정도 읽었고 2013년에는 약 200권 읽었다. 읽은 책의 80% 정도는 간단한 서평과 독후감을 정리해둔다. 올해는 3월 18일 현재 70권 정도 독파했다.
이쯤 되면 애독(愛讀)의 단계를 넘어선다. 탐독(耽讀) 혹은 중독(中毒)의 단계에 이른 독한 책읽기다. 이 시대의 간서치(看書痴) 중 한 명인 이 사람은 임현규(42) 씨다. 간서치는 ‘책만 읽는 바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가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이다.
임 씨는 페이스북에 독서모임 ‘간서치’를 만들어 이 곳에 읽은 책에 대해 글을 올리며 사이버 독서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멤버 1200명 정도가 책과 관련한 정보와 의견을 나눈다.
그의 독서 목록에는 소설이 많다. “10권을 읽는다고 하면 소설 3권, 철학 1권, 에세이 1권, 문학이론 1권, 교양서(건축ㆍ미술ㆍ여행ㆍ음식) 1권, 과학 1권, 역사 1권, 제주도 관련 서적 1권”이라고 그는 들려줬다.
왜 그토록 독하게 책을 읽는가. 그는 최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행합일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지행합일은 아는 것을 실천한다는 의미인데, 저는 조금 다르게 해석합니다. 즉,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는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둘째 이유로 책이 ‘좋은 벗’을 만나게 해준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책 속에는 타자들이 숨쉬고 있다”며 “그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수다를 떠는 행위를 통해 고독함을 이겨낸다고 할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회사 광고회사 이노션월드와이드에서 기획팀장(국장)을 맡고 있다. 독서는 회사 일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는 우선 “광고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알아야 하고 사람들이 브랜드나 제품을 소비하는 속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조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고 조사 결과는 숫자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인간은 숫자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행동하는 배경을 다각도로 이해한다며 책 속의 논리는 광고기획을 할 때 틀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 국장과 서면과 메신저로 진행한 문답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일전에 페이스북에 ‘세계명작 중 개인적으로 별로인 책’ 리스트를 올렸습니다.
“문화권이 다르거나 시대가 다른 고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권위는 결국 독자들로 하여금 거리를 두게 만들고 결국 고전은 박제가 되어 갑니다. 나에게 의미 없는 고전을 무작정 높게 평가하려는 노력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을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라고 정의 내린 웃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도 같을 겁니다.”
-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첫째는 환경 조성입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읽는 습관이 든 사람들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집에 작건 크건 서재라는 공간이 꼭 있어야 합니다. 또 부모 스스로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자연스레 따라하게 해야 합니다.
둘째 대학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어떤 대학교는 4년 내내 책 100권을 읽는 것으로 학위를 수여한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대학에서 그렇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필수 이수과목을 학년별로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예산을 줄이더라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도서 관련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많이 읽다보면 스스로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 것 같은데요.
“네, 꼭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4~5년 전부터 열심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소설 형식이 될 듯합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저평가된 1990년대 초반 학번들의 목소리를 들려줄 생각입니다. 물론 앞 세대들과의 어떤 단절 및 재평가가 포함될 예정이어서 조금 두렵긴 합니다.”
매년 책을 수백권 읽으면서 그가 갖게 된 책 읽는 습관은 무엇일까. 그는 책을 읽다가 인상 깊거나 재미있거나 새로운 정보인 부분을 메모한다. 포스트잇에 작은 글자로 적어 한 장씩 A4 이면지에 붙인다. 그는 “현재 책 수백권을 이렇게 정리해뒀다”며 “언젠가 이 자료를 아들에게 넘겨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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