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의무화 규정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인도의 상장 기업 가운데 33% 정도가 아직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는 상장사들에 이달 말까지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1479개 업체 가운데 451개가 아직 SEBI의 강제 조항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상장사 정보 제공 업체 프라임데이터베이스의 프라나브 할데아 대표이사는 "이달 말까지 여성 이사 선임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원래 취지대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사회 기능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정말 역량 있는 여성 이사가 선임되느냐 아니면 구색 맞추기에 그칠 것이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SEBI가 상장사의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SEBI는 애초 시한을 지난해 9월 말로 정했다. 그러나 기업들에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이달 말로 연장했다. 당국은 시한을 지키지 못한 기업에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으름장 놓았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재할지 밝히지 않았다.
여성 이사 선임이 왜 이렇게 부진한 걸까. 여성의 재계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캐털리스트 인디아의 샤치 이르데 이사는 "상장사가 이사직 수행 경험이 있는 여성을 물색 중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이사직 경험이 없어도 유능한 여성들에게 눈 돌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기업의 이사직을 겸하는 여성도 생겼다. 소비자금융 서비스 업체 HDFC의 레누 수드 카르나드 대표이사는 무려 7개 기업에 이사 타이틀을 걸게 됐다. 지금까지 총 17명의 여성이 94개 이사 명함을 갖고 있다.
창업주의 어머니ㆍ부인ㆍ누이ㆍ딸을 이사로 선임한 기업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도 최고 부호 무케시 암바니의 부인인 니타 암바니다.
니타 암바니는 지난해 6월 남편이 최고경영자(CEO)로 재직 중인 거대 석유화학 업체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의 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1년 사이 상장사 이사로 이름을 올린 창업주 가계의 여성은 모두 83명이다.
인도 경제계에 여성 인력은 그리 많지 않다. 현지 노동시장에서 남성 3명당 여성은 1명꼴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조사 대상 136개국 가운데 134위다.
인도 여성이 어렵사리 기업에 발을 들여놓아도 중간 간부로 승진하기 전 2명 중 1명은 중도 퇴사한다. 이는 아시아 평균인 29%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아이와 노부모 돌보기는 주로 여성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르데 이사는 이와 관련해 "다양성이 곧 혁신이고 혁신이 곧 실적이라는 것을 기업은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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