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5·16 등 다양한 질문 공세
이병호, 고령에도 낮은 자세로 소신 답변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국회 정보위원회가 16일 개최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여당은 정통 정보맨으로 국가·안보관이 확고한 적임자라고 한 반면 야당은 이념이 편향적이고 도덕성에 흠결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 출신들은 국정원장의 안보 의식이 뚜렷해 적절하다고 지적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안보관이 경직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도그마에 빠져 안보라는 차원으로 모든 걸 무마시키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면 큰일 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선을 그었다. 그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우려하는 시각 아직 있다"면서 "일탈적 업무는 일체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이 망가지면 안보가 흔들린다"면서 "부끄러운 과거와 절연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가 초빙 교수로 재직하던 울산대 강의 평가에서 일부 학생이 '보수 정치색이 강하다'는 취지의 평가를 한 점을 언급하며 "본인이 정치성이 강한 인사라고 판단하냐"고 추궁했다. 또 이 후보자가 선거 캠프 행사에 참석한 것이 정치 관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내 개인적 소견은 그렇지 않다. 정치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면서 "안보를 강조해왔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이념 문제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또 "경선 때 세미나형 포럼에 두 번 간 적이 있다"면서 "정치 개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의 국가관과 안보관, 정치 중립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대(對)테러, 대북, 방첩 업무를 강화할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권성동 의원은 "후보자의 국가관, 안보관, 법치주의에 대한 견해 등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기고문을 보면 믿음이 가고, 앞으로 국정원이 최고의 국가 안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확신을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을 묻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쾌도난마'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분야별로 훌륭한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많은 게 좋은 병원"이라며 "국정원도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 전문가로만 구성되면 그것이 국정원이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7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외교정책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18대 대선에서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을 기고한 이력과 관련해 정치적 인물이란 지적에는 "저는 안보를 강조해왔다"며 "그것이 정치적으로는 이념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5·16을 쿠데타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역사적 사건을 국가 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5·16은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된데 대해서도 "이병기 실장과는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다"며 "제가 말씀드리기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건강보험료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저도 아들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이번에 알게 됐고, 건보료 시스템 때문에 자동으로 피부양자로 등록이 됐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차남 가족들이 미국국적을 소유한데 따른 우려에 대해서도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애들"이라며 "제가 그렇게 국가관이나 애국관이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후보자를 낙마시킬 만한 '한방'은 아직 없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70대 중반에 이른 고령임에도 낮은 자세로 답변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의외로 싱겁게 청문회가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