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사재기한 뒤 1만6000원짜리 물병에 1만~3만원 웃돈 얹어 되팔기도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강남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혜진(28)씨는 새로운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MD)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매장으로 달려가는 스타벅스 마니아다. 이번 체리블라썸 2차 MD 제품도 구매하기 위해 출근길에 7시 오픈 매장에 들렀지만 세 번째로 도착한 김씨는 결국 원하던 워터보틀(물병)을 구매하지 못했다. 이번 MD 제품은 구매 수량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씁쓸한 마음으로 중고판매 온라인카페에서 2만원 가까이 웃돈을 주고 원하던 제품을 구매했다.
스타벅스의 MD 제품을 대량 구매한 후 웃돈을 받고 되파는 일명 '스벅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10일 출시한 체리블라썸 2차 MD는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아 일부 고객이 물건을 쓸어 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1차 MD를 구매하지 못한 고객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10일 새로운 체리블라썸 MD 제품 9종을 내놓았다. 전날부터 꽃샘추위가 예보됐지만 지난 1차 때는 없었던 워터보틀이 나온다는 소식에 스타벅스 마니아들을 들썩이게 했다.
판매가 시작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평소 1인당 1개만을 살 수 있다는 제한을 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구매제한을 두지 않았다. 텀블러처럼 자주 출시되지 않아 특히 인기가 있는 워터보틀은 매장당 10개 이하로 소량만 입고돼 앞선 몇 명의 고객이 대량구매 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판매 시작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10일 오후 이미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워터보틀과 데미머그에 품절표시가 떴다.
소비자들에게 구매의 기회를 주겠다는 스타벅스의 취지와 상반되게 일부 커뮤니티에는 워터보틀을 되파는 판매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구매제한이 없는 점을 악용해 여러 개를 구매한 사람이 1만6000원짜리 물병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고 있는 것이다. 2만9000원부터 시작해 보틀 원가보다 3만원 비싼 4만5000원에 팔겠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이 같은 부작용과 매장별로 입고수량이 천차만별인 탓에 매번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매장별로 발품을 팔아야 할 고객의 수고를 덜고 재고량 파악이 용이하도록 온라인 예약시스템 도입에 대한 건의도 있지만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구매수량 제한은 3900원인 코스터나 머들러처럼 가격이 저렴해 대량구매가 발생할 수 도 있는 제품에만 두고 있다”면서 “이번 2차 발매 제품들은 종류가 적다 보니 실제로 구매자가 많지 않더라도 몰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편리할 것이라 생각해 온라인 판매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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