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올리면 디플레 올 수도", 기업 "올리면 채용 줄여야할 수도"
[세종=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임금인상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임금을 높이는 것이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활성화에 이은 생산확대라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영부담으로 고용이 오히려 줄고, 서비스질 저하라는 악순환고리로 이어질 지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각각 7.2%(지난해 적용), 7.1%(올해 적용) 올렸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이명박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최저임금을 낮게는 2.75%에서 높게는 6.1%를 올린 것에 비해 인상폭이 커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추진'에 비해 어조는 훨씬 강해졌다. 이번에 7.6%를 올리면 최저임금은 6004원이 된다. 2006년 310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10년만에 두 배 가량으로 오르는 것이다.
정부는 가계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내수 활성화의 첫단추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ㆍ투자 부진, 일자리 감소,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풀어낼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임금인상이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사업장이 대부분 영세사업장이어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서비스 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가계소득 늘려야 물꼬 트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계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꾸준히 펼쳤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3대 패키지를 내놓고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소위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올 들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등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1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감소했고, 2월 소비자물가(0.5% 상승)는 담뱃값인상분(0.58%)을 제외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는 등 소비위축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 36시간 미만의 아르바이트생, 고시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지난 1월 21.8%를 기록했다. 무려 107만명이다.
정부가 제시한 돌파구는 가계부문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서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부총리가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일자리 줄고 경쟁력 떨어뜨린다"= 정부의 임금인상 정책에 기업들은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임금을 올리면 당장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경영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결국 기업들이 채용을 줄여 일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 등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더욱 키우게 된다. 식당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올리면 제품가격 상승과 서비스 질의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565만2000명이었고,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270만명이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내수확대를 위해 임금을 어느 정도 올려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임금을 동결할 만큼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더욱이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게 되면 미국 등과는 달리 내수활성화 효과보다는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이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70곳 가운데 51.4%가 올해 긴축경영 기조를 선택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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