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장려금만 바라보는데 "목표 못 채우면 끊겠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농심이 특약점들에 판매목표를 강요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판매장려금을 끊어버린 행위 등으로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농심은 판매마진이 거의 없거나 마이너스(-) 상황에 처한 특약점에 대해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미달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미지급함으로써 사실상 목표 달성을 강제하고 판매장려금 지급기준을 자사에 유리하게 변경했다"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특약점은 본사 제품을 사들여 소매점 등에 재판매하는 사업자다. 농심 특약점은 2012년 말 기준 731개에 달한다. 이 중 라면·스낵을 취급하는 곳이 387개로 다수를 차지하고 생수·음료 특약점은 172개다.
농심은 이들 특약점에 월별 매출목표를 제시하고 목표의 80% 이상을 충족시킨 곳에만 기본장려금과 월별 인센티브를 줬다. 기본장려금은 품목별 목표 달성률에 따라, 월별 인센티브는 총매출 목표 달성률에 따라 지급된다.
통상 매출 목표 달성도에 따른 판매장려금 지금이 판매목표를 강제한 것으로 볼 수 없지만, 이번 농심의 행위는 '갑질'의 전형이었다.
농심 특약점들의 경우 주요제품 판매 가격이 본사 출고가보다 낮게 형성돼 정상적인 판매마진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형마트가 유통 채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특약점의 소매점 공급가격과 판매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일정 시점부터는 판매장려금이 특약점의 실질적인 수익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울며겨자먹기로 본사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특약점들의 상황을 악용, 판매목표를 강제한 것이다.
농심은 또 지난 2012년 5월 특약점들에 '켈로그' 판매실적이 저조할 경우 해당 제품 뿐 아니라 전 제품 매출액에 따라 지급하던 판매장려금을 최고 50%까지 줄이도록 했다. 이 같은 행위는 2개월 간 한시적으로 시행돼 장려금 차감 등 특약점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역시 갑질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농심에 대한 이번 제제가 "목표미달 시 판매장려금을 미지급한 행위라도 대리점에 적정한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목표 달성에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인정한 최초의 심결례"라며 "본사와 대리점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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