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가하락 따른 현상일 뿐, 근원물가는 양호"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0%대이며, 1999년 7월 0.3% 상승을 기록한 뒤 15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 초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셈이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2월보다 0.5%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6월(2.2%) 이후 계속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5∼3.5%)를 밑돌고 있다.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 뒤에는 1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0.8%로 낮아졌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국내 석유류 가격이 5.3% 하락한 것이 전체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디플레이션은 물가 뿐 아니라 생산, 고용 등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디플레로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양호한 근원물가 수준을 들며 "최근 물가가 낮은 것은 유가 하락, 농수산물 가격 하락 등 공급적인 측면 때문"이라며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3% 올라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도 2.3% 상승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근원물가가 실제로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지표기 때문에 수치상으론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도 "근원물가가 과거 대비 많이 내려가고 있는 추세를 읽고, '지금은 디플레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걸맞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한은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진입했고 생산자물가도 2012년 7월 이래 사실상 마이너스인데, 이 정도 상황이면 이미 디플레이션은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떨어졌고, 신선식품지수도 1.1% 하락했다. 농축산물은 1.1% 상승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공업제품은 0.8% 하락했다. 저유가 영향을 받아 휘발유(-23.5%)와 경유(-24.7%), LPG(-27.7%, 자동차용) 등이 크게 하락했다. 다만 올해부터 2000원 오른 담뱃값이 하락폭을 줄였다.
상수도료는 1.6% 올랐다. 도시가스(-6.1%)와 지역난방비(-0.1%)가 떨어져 전기·수도·가스는 2.5% 하락했다. 서비스는 1.5%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0.5%, 개인서비스는 1.8% 각각 상승했다. 집세는 1.8% 비싸졌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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