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지난달 27일 박성택 산하 대표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에 선출되면서 경제 5단체장의 진용이 새롭게 갖춰졌다. 이로써 박근혜정부 출범 2주년, 집권 3년 차를 맞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한국무역협회는 김인호 전 경제수석,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박병원 전 경제수석 그리고 중기중앙회는 박 회장이 맡게 됐다.
경제단체 수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권한과 책임도 크고 대외적인 위상도 높은 자리다. 그런데 과열선거 논란 속에서 진행된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를 빼면 나머지 4개 단체는 모두 구인난을 겪었다. 전경련과 상의, 중기중앙회는 기업인 출신으로, 무협과 경총은 관료 출신이다.
전경련은 외환위기 이후 재계 대표 총수들이 회장 자리를 고사하면서 갈수록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고, 대한상의가 그나마 규제개혁분야에 특화하면서 전경련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허 회장은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연임하게 됐다. 무역협회도 고(故) 박용학 대농그룹 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이끈 이후 2006년부터는 기업 대표가 아닌 관료 출신이 무역업계 대변자 역할을 하며 회장,부회장 모두 관료 출신이 맡는 관행이 굳어졌다.
경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총은 경영계를 대표하는 자리다. 노사관계에서 사측을 대변한다. 좋은 소리 들을 자리가 아니다. 회장 임기는 2년이지만 한 번도 단임으로 물러난 일이 없다. 재정부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은행연합회 회장 출신의 박병원 회장조차 "선배들의 꾸지람이 적지 않았다"고 했을 정도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자리라는 말이다.
반대로 '중소기업계 대통령'이라는 중기중앙회장 자리는 선거 때마다 돈 선거, 부정선거로 얼룩진 끝에 신임 회장이 당선된다. 마지못해 떠밀려서 혹은 낯뜨거운 싸움을 통해 맡은 자리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박병원 회장의 경우 "노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에도 쓴소리하겠다"고 했지만 포스코와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돼 뒷말도 나온다. 내부견제라는 사외이사로서의 제 역할을 다한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거수기'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입법부의 힘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의 메리트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대도 달라졌다. 전경련이 만날 재벌옹호만 하고, 중소기업중앙회가 만날 중소기업 보호만 외치고, 경총이 만날 임금동결-해고자유화만 외치면 오히려 회원사와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체감뿐만 아니라 지표가 말해주듯 현 정부 2년간 규제개혁과 경제활성화에 올인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도, 경제단체들도 각자의 불만도 있고 아쉬운 점도 많다. 그래도 경제를 살리는 주축은 기업이다. 새로운 경제 5단체장들이 해야 할 일이다. 기업의 목소리를 집약해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다 보면 하나둘씩 성과들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경제 5단체장들이 풀어야 할 첫 번째 단추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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