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대한스키협회가 지난달 2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경기장에서 시범종목으로 열 예정이던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키점프 경기를 취소했다. 바람이 강해 사고가 날 우려가 있었다. 스키점프 선수는 시속 90㎞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35도 경사면을 미끄러진 다음 허공으로 솟구친다. 매우 빠른데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길어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종목이다.
국제스키연맹(FIS) 규정에 따르면 풍속이 평균 초속 3m 미만일 때만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창의 2월 평균 풍속은 초속 4m, 최대 풍속은 초속 9m에 이른다. 경기를 취소한 26일 풍속은 8.9m였다. 평창 경기장은 도약대 주변에 바람을 막을 지형이 전혀 없다. FIS는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점검하면서 스키점프장의 지형과 풍속이 규정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8월에는 사용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보다 앞선 2013년 10월에는 경기장의 선수 수송시설(리프트, 곤돌라)과 전광판 등 열네 가지 시설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대책 없이 시간을 보냈고, 그러는 사이 2009년 5월 22일 받은 국제인증 유효기간이 지난해 12월 31일로 끝났다. 무면허 시설이 된 것이다.
다급해진 조직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얻어 시설물 보수를 위한 예산 23억 원을 마련했다. 정부 예비비까지 동원해 6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 올 연말까지 재인증을 받겠다고 공언했다. 경기장 주위에 방풍막을 설치해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막이를 설치해 올림픽 경기를 열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봉책인데다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문제는 다른 대책이 없는 점이다. 새 경기장을 짓는 방안도 있지만 비용과 시간 문제를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다. 조직위는 "경기장 시설은 국제대회를 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FIS의 요구조건이 까다롭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스키점프에서는 사고가 선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인명사고는 곧 평창동계올림픽의 실패를 의미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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