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3세 이상 청소년 동의얻으면 성관계 동영상 무죄 판결
-미성년자 피해자 동의 전가의 보도로 사용될 가능성
-미성년자 성관계 가능연령 두고도 논란 일어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13세 이상 청소년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고영한)는 김모(27)씨의 아청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동의했으면 청소년 성관계 동영상 촬영 무죄? 아청법에 동의 여부 적용= 김씨는 연인관계였던 17세 청소년 A씨와 동의하에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검찰은 김씨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혐의(아청법) 등으로 기소했지만 아청법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다. 1·2심 재판부 모두 A씨가 동의를 받고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법원에서 아청법과는 상관없는 '피해자의 동의'를 들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숙희 변호사는 "지난해 대법원이 아동청소년음란물에 대해 규정한 내용에 '합의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아동청소년음란물은 소지만 해도 범죄가 되기 때문에 합의했다고 문제가 없다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전문가 "자유의지 존중+권력관계에 의한 동의 구별해야"=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가해자가 미성년 피해자의 동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연인관계'라는 점을 인정받아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미성년자의 '자발적 성관계'에 대해서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은 미성년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한편 사회·경제적 권력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가해자가 나이가 많고 자원을 피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 폭행을 하지 않더라도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출 청소년의 예처럼 둘 사이 합의했다 하더라도 권력관계가 작동한 합의일 수 있다"며 "반면 미성년도 성문제를 자발적인 의사를 통해서 결정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청소년의 성적 결정권을 존중하기 때문에 부모동의 없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피임을 하라고 이야기한다"면서도 "여중생을 임신시킨 연예기획사 대표의 사례처럼 피·가해자간 권력관계가 있을 때는 자유의지에 따른 결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1이면 성관계 동의 가능? "올려야" vs "무리" 의견 분분=성관계 가능 연령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어느 연령을 기준으로 보호의 객체로서의 청소년과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서의 청소년을 나눠야 할 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여성 변호사회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연령을 현행 '만 13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는 혼인연령과 성적결정권이 가능한 나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너무 낮다"며 "성적 결정권을 가진 나이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점점 조숙해지는 현재 청소년들을 볼 때 성관계 나이를 마냥 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성적 결정권을 가진 나이를 어느 정도로 볼 지는 각 나라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의 발육상태가 빨라진 상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나이를 마냥 올려 보호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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