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살인 진드기'라고 불리는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던 대학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A씨(68세·여)을 치료하던 의료진 5명이 발열과 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을 보여 혈청검사를 한 결과,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이 SFTS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공의 한명은 1주일간 감염내과 치료를 받았다.
A씨는 패혈증이 의심돼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돼 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하루 만에 숨졌고, 이 환자에 대한 혈청 분석 결과 SFTS 바이러스 감염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의료계에선 의료진들이 의식을 잃은 A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신체분비물에 의해 2차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들 의료진은 질병관리본부의 SFTS 확진을 위한 유전자검사인 PCR 검사에선 음성 판정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해당 의사가 경미한 증상이 있고 확진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간접검사에서 의심이 되는 만큼 추가 검토 중"이라며 "역학적 연관성이 있어 의심사례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해당 병원 의료진은 공동으로 국내에서 4명의 2차 감염사례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감염학회지 최신호에 공식 보고했다.
SFTS는 야생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질환으로, 2013년국내 치사율은 47.2%에 달해 '살인진드기'로 불렸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이후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을 앓는다. 이후 설사가 나거나 근육통이 심해지고, 심지어는 의식이 떨어지는 뇌 증상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사망한다.
그동안 이 바이러스는 진드기에 물려야만 감염되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야생진드기 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에도 보건당국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을 뿐이며, 감염 환자와의 접촉에 의한 2차 감염에는 주의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사람 간에도 전파되는 것으로 드러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는 2012~2013년 사이 중국에서 2차 감염이 보고된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의료진이 투고한 논문을 보면 5건의 2차 감염 중 3건은 가정 내 신체 접촉이 원인이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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