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저희의 투자 실적이나 업무에 대한 개선사항 지적은 바람직하지만 또 안홍철 사장에 대한 이야기만 있네요. 회사를 없애자는 것도 결국 사장에 대한 논란 때문이겠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국투자공사(KIC) 폐지 문제가 불거지자 KIC 직원이 기자에게 늘어놓은 푸념이다. 안홍철 KIC 사장과 기재위의 악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업무보고 과정에서 안 사장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에 대해 곱지 않은 멘트를 남긴 것이 밝혀져 야당은 안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일정을 전면 보이콧해 법안 심의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안 사장 거취문제만 나오면 기재위는 번번히 발목이 잡혔다. 1년이나 지났지만 기재위는 안 사장 사퇴문제가 불거져 여전히 공전상태다.
그러자 23일 기재위에서는 안 사장의 사퇴에서 더 나아가 KIC 조직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이 튀어나왔다. 안 사장의 거취 문제로 기재위가 계속 일정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KIC의 투자에 대한 문제점까지 이어지자 '폐지론'이 부상한 것이다. 안 사장의 자진 사퇴를 위한 '압박용 카드'로도 분석된다.
KIC의 폐지를 언급한 사람은 여당 의원인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이었다. 정 위원장은 통화에서 "시발점은 안홍철 사장의 거취 문제지만 설립 배경 등을 살펴보니 굳이 KIC가 필요할까, 충분히 한국은행 쪽에서 할 수 있을텐데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답했다.
경제 정책의 가장 중요한 조세 제도를 다루는 기재위가 소관 기관의 문제로 계속 차질을 빚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사장의 거취 문제가 국부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을 하루 아침에 '증발'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KIC는 외환보유액과 공공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국가자산을 증대할 목적으로 2005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KIC의 설립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면 설립 목적, 운용 방식, 지배구조 등에 대해 전문적인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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