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회관계장관회의 결과, 자유학기제 70% 확대 방안으로는 역부족…공공기관 한계로 민간업체 이용하면 부담은 결국 학생에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중학생들의 체험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자유학기제' 안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학기 동안 체험 위주의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정작 학생들이 방문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체험교육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부터 전면 도입을 하게 될 경우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국정과제인 자유학기제를 올해에 이어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하고 지난 13일 처음 개최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범정부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부터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올해 모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진로체험의 날'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부터가 도마에 올랐다. 자유학기제 도입을 전국 중학교의 70%까지 늘리기로 한 상황에서 이 같은 지엽적인 방안은 결국 각 학교와 학생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인 자유학기제는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지필평가에서 벗어나 토론과 실습,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 위주의 교육을 받는 제도로 내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학교 밖에 '방문할 곳'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일부 공공기관만으로는 늘어나는 학생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첫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정부부처와 산하·공공기관이 '진로체험의 날'을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일회성 행사만으로 올해 전국 2200여개의 중학교가 한 학기 프로그램을 구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자유학기제를 시행해본 학교들에서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애로는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학교 일정에 맞게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문을 받고 학사일정 등을 감안해 시기 조절을 하다보면 그사이 다른 학교로 기회가 넘어가기 일쑤여서 '선착순 마감에 당첨(?)되기가 거의 로또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방문할 기관이 근거리에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체험할 수 있는 기관도, 우수한 강사를 채용하기 위한 기반도 부족한 지역의 경우 학생들이 체험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교통비만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공공기관 이용에 이러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최근에는 직업체험 등을 연결해주는 민간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이 경우에는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 A중학교의 한 담임교사는 "학생 1인당 1만원 정도에 체험활동 장소를 소개하는 업자들이 학교를 방문하기도 한다"며 "이 경우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생기므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다고 비용만 따지기에는 프로그램 부실이 우려되므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2년 사이 너무 많은 학교에 도입을 추진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자유학기제를 한꺼번에 갑자기 늘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예산' 문제가 불거져 수익자 부담으로 교육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살펴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자유학기제의 원조 격인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의 경우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 20~30년이 걸렸다"며 "2016년이라는 전면 실시 기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연구학교 운영 결과에 따른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책의 세부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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