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전날 코스피지수가 1935.86에 마감, 1930선으로 후퇴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그리스 사태 해결 기대감으로 상승 마감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치 대비 부진하고 유가가 급락하는 등 상승제한 요인이 존재했지만, 그리스가 새로운 타협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그리스 우려를 덜면서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그리스 호재와 유가급락 영향이 상충되며, 상하방으로 제한된 시장흐름을 연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유동성 확장에 대비하는 한편 유가 변동에 민감한 정유, 화학, 조선업종은 일부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 평행선을 달리던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채권단(트로이카)간의 협상에 중요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전일 그리스 언론을 통해 11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제안할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정부와 채권단간의 타협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리스의 제안은 쟁점이 됐던 구제금융 6개월 연장 시사, 가교프로그램 시행, 채무재조정 협상, 기존 합의사항 70% 유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채권단에서도 수용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가장 큰 쟁점은 구제금융 종료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6월까지 채권단과 새로운 채무재조정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기간동안의 긴급한 유동성은 100억유로 규모의 브리지론을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구제금융 종료와 관련된 논란을 종료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EU는 구제금융 약속 이행을 배제한 채무조정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에 전향적 태도를 보임으로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의 우려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11일 있을 임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와 12일 유럽연합(EU)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이 논의 될 것이다. 구제금융 종료에 대한 입장차이가 좁혀졌다는 점에서 타협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물론 그리스가 밝힌 채무재조정, 긴축의 완화(기초재정수지 목표 하향)에 대한 일부 반대가 있을 수 있으나 6개월의 협상 공백 기간이 생긴 만큼 타협의 결정적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스에 눌려있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두가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3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을 앞두고 유동성 확장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또 그렉시트 불안감에 약세압력이 커졌던 유로화도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 미국을 압도하고 있는 유로존의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지수도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주목받을 수 있다. 유동성 확장에 대비한 IT, 산업재, 에너지, 금융에 대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소외는 수출과 기업 이익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5년째 비중 축소국으로 남아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특유의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와 충돌로 순매수 효율은 떨어져 있다.
코스피 부진이 외국인 매수 둔화 때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외국인 매수 동선만 보면 우상향 추세며, 절대 매수액으로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쇼크를 극복한지는 한참 전의일이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2009년부터 70조원 가량을 꾸준히 매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국인 절대 매수 금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의 코스피 주도력 둔화에 있다.
다만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회복기에 접어든 것에 주목하며 코스피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개선이 선명하게 관찰되면서 향후 환매 압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2010년의 경험처럼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잦아든다면 외국인의 코스피 견인은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금융자산의 수익 개선이 가처분 소득 증가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회복과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여력이 커질 수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 사례처럼 연기금 등 장기성 자금의 주식 비중 확대는 중기적으로 한국 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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