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중국 전역에 노인 주택을."
상하이(上海) 교외에 노인을 위한 고급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친허위안(親和源)은 이렇게 선언했다. 이 회사는 기후가 온난한 휴양지 하이난(海南)섬을 비롯한 12곳에 노년층 거주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친허위안이 상하이에 운영하는 복합 시설은 5만여㎡ 터에 거주동 12개와 병원ㆍ스파를 갖추고 있다. 입주권은 최고 118만위안(약 2억원)이고 비용은 연간 3만~7만위안이 든다. 2008년 문을 연 이후 약 1500명이 입주권을 구입했다. 현재 1300명 정도가 생활한다. 친허위안은 개발비 6억위안 중 절반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커(萬科)기업은 지린(吉林)성에 120억위안(약 2조원)을 투자해 시니어타운을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350조원 거대시장= 부유한 노인층이 증가하면서 중국에서 고급 시니어 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노인 시설 등에서 연간 약 2조위안(약 350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시장을 둘러싼 중국외 기업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노인 인구는 60세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2억명을 넘어섰다.
중국 부동산개발 회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노인 주택ㆍ요양 시설 건설에 나서고 있다. 현지 언론은 "노인산업에 부동산 개발 회사 80개 이상이 참여해 100건 넘게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시니어 타운 건설이 활기를 띠는 데에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자 노인산업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에서 시니어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업체가 안고 있는 공통의 한계는 경험 부족이다. 중국 업체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기업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이 분야에 경험을 쌓은 미국ㆍ일본 기업들은 사업 기회를 잡고 있다.
때맞춰 중국 정부는 외국자본이 단독으로 노인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체인점도 장려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노인시장에 외자 참여를 촉구하는 통지를 발표했다.
◆꼼꼼한 일본 서비스 선호= 중국인은 꼼꼼한 일본식 간호 서비스를 좋게 여긴다. 지난해 12월 상하이에서 하루 동안 간호 서비스 제공 사업자 교류회를 개최한 현지 부동산 대기업 베하이젠화칭(上海北建華淸)실업은 "운영 노하우가 없어 불안하다"며 "일본의 경험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사는 약 300억원을 들여 상하이 교외의 한 빌딩을 시니어 주택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일본 요양시설 운영 사업자인 리에이는 2013년 12월 상하이에 현지 기업과 함께 노인원을 열었다. 치매를 앓는 입주자도 속박하지 않고 컨디션과 능력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됐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방문 간호, 도우미 육성, 간호 용품 판매 등도 벌이고 있다.
미국 기업으로는 시니어 주택이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컬럼비아 퍼시픽이 중국 부동산 회사 등과 함께 베이징 등 3곳에 시니어 주거 시설을 열었다. 이 분야에 일본 기업은 중소 사업자가 많은 데 비해 미국은 대기업이 대형 주택을 지어 보급한다. 미국 기업은 방문 간호도 중국에서 체인 사업으로 시작했다.
일본 무역진흥기구(제트로)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 독일 등의 관련 기업도 이 시장 진출을 노린다. 제트로 관계자는 "아직 중국에서 승자가 된 외국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투자가 과열되는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12월 중국 메신저 웨이신(微信)에는 "자금 20억위안과 토지를 확보했다"며 "노인시설을 경영할 수 있는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메시지가 돌았다.
베이징(北京) 교외에 지어진 요양시설 얀다(燕達)국제건강성은 간호 침대 1만2000개인 '세계 최대 노인원'으로 문을 열었지만 입지가 나쁘고 다른 조건도 좋지 않아 입주한 사람은 100명 정도뿐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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