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한국감정원의 100년 미래를 준비하는 해로 만들 것입니다."
서종대 한국감정원 원장(사진·56)은 올해 업무 목표를 제시하며 과감하게 '미래'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임기 3년 공기업 CEO가 그것도 100년의 미래를 그리겠다는 포부다. 공기업의 특성상 이런 말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서 원장은 "감정평가가 제대로 자리잡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이런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한국감정평가협회와 갈등을 겪는 등 법적 근거가 미약한 현실을 벗어나 기관의 역할과 체질을 확 바꾸겠다는 의지도 들어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정평가업계는 최근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의 분양전환가 산정을 두고 벌어진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이 그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원은 타당성조사에 참여해 분양가의 기준을 잡는 역할을 했다. 공정한 감정평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서 원장은 "대형 부당평가 사고로 인해 전문적인 감정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며 감정평가 무용론(無用論)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민간과 경쟁하는 '선수' 기능(업계의 일원)을 과감히 내던지고 '심판'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기관의 위상에 걸맞게 혼탁한 감정평가질서를 바로잡고 업계를 선도·발전시키기 위한 세부평가기준 정립, 연구개발, 신시장 개척 등을 착실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부동산 과세 기준가격 조사·산정 전문기관의 위상을 확고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논란이 된 부동산 통계의 개선에도 역량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지적받은 통계의 문제점 해소와 정확성을 크게 높이기 위해 전면적인 개선책 마련하겠다"면서 "전문인력 충원, 협력중개업소 시장동향 모니터링 안정화 등을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통계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원장은 "금융기관 담보자산 가치 건전성 제고를 위해 금융당국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재난피해 산정과 리츠정보시스템 운영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도상국의 부동산 평가·공시, 부동산 통계시스템 정립 등 지원사업으로 해외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서 원장은 '일과 가정', '일과 여가'의 조화를 강조했다. 업무효율을 높이고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서 원장은 "직원들이 시야를 넓히고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참여기회를 제공하겠다"면서 "일할 의욕을 꺾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인사청탁과 부당한 업무지시, 청렴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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